[신진환의 '靑.春'일기] 거침없는 조국의 '페북 정치',약일까 독일까
입력: 2019.07.23 05:00 / 수정: 2019.07.23 05:00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활발히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가운데 적절성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그는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기사 링크와 사견을 곁들여 활발한 페북 활동을 보이는데, 자극적인 메시지로 비판을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활발히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 가운데 적절성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그는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기사 링크와 사견을 곁들여 활발한 페북 활동을 보이는데, 자극적인 메시지로 비판을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자극적 메시지· 이분법적 사고 부적절… 靑 "SNS, 개인 공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요즘엔 일식집도 안 가게 되더라."

일본과 무관한 일식당도 출입 자체가 꺼려진다는 한 선배의 말에서 국민 정서가 피부로 느껴진다. 국민으로서 애국심이 발동한 것이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일본 의류 브랜드를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홀에도 소비자의 발길이 끊긴 것을 직접 목격했다. 한 종업원은 "브랜드 자체가 저가인데, 거기에 더 세일해도 손님이 많이 없다"고 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의 힘을 보태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좋지 않던 반일 감정이 폭발한 것처럼 보인다. 주위에서도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심지어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이 먼저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으니, 우리 국민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인 자격'으로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페북)에 거침없이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기사 링크와 사견을 곁들인 게시물을 하루에도 수 건을 올리는 조 수석이다. 이 때문에 업무 시간이든 아니든 가끔 그의 페북을 살펴보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의 게시물을 살펴보면, 국가 간 통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일본을 때리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반대하는 보수야당과 정부의 대응책 부재를 비판 및 일본의 시각에 가까운 보도를 내는 언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 수석이 최근 발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 "2018년 대법원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앞선 18일에는 "(경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다.

조 수석이 현직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페북 정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SNS라는 개인의 공간에 대해 규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조 수석이 현직 청와대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페북 정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SNS라는 개인의 공간에 대해 규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이런 조 수석의 '페북 정치'를 두고 말들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현역 민정수석이 여론을 선동한다는 비판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의 단호한 대일본 대응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국민적 대응을 호소하는 것은 또 다른 대응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시각과 해법, 여러 해석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조 수석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국론을 한데 모아 엄중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자극적인 메시지로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는 것은 청와대 핵심 참모로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는 국민 분열은 물론, 자칫 양국 간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야권에선 연일 조 수석의 이런 글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런데 야권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2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조 수석의 페북 활동을 '개인적 활동'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조 수석의 페북 글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법리적인 문제는 조 수석이 법조인으로서 충분히 발언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고, SNS라는 개인의 공간에 대해 규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조 수석이 한 개인으로서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해 생각을 밝힌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개인의 의사를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우리 헌법은 보장하고 있다. 필자도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문제 등 해결되지 않는 과거사 문제, 툭하면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우리 국민을 자극해온 일본이 탐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한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상황에서 '현직' 민정수석이 앞장서 여론을 선동한다는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은 걱정이다. 조 수석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일본 관료는 자국 언론에 대놓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를 이유로 한다면 치졸한 일본과 우리 정부가 다를 게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기사를 자신의 페북에 공유하는 반복적 행동을 보인 조 수석이다. 그만큼 자주 언론 보도를 본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때문에 조 수석은 '페북 정치'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유력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자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되는 조 수석이다. 향후 이런 행동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가 쏟아낸 글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자못 궁금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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