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혁신안 상정을 놓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실랑이를 벌이던 권성주 혁신위원이 쓰러진 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권 위원은 혁신위 정상화를 위해 11일째 단식중이었다. /국회=문혜현 기자

혁신위 정상화 놓고 11일째 단식 권성주 위원 응급실 호송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대표님께서 만드신 혁신위원회고, 대표님께서 임명하신 혁신위원들이다. 대표께서 뽑은 혁신위원장이 도망갔다. 이제 누가 책임지나. 대표님은 일말의 책임감도 없나. 부끄럽지 않으신가."

바른미래당 혁신위 정상화를 위해 11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권성주 위원이 최고위원회를 끝내고 나가려던 손학규 대표를 막아섰다. 권 위원을 비롯해 이기인 대변인, 장지훈 위원 등은 "대화를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곁에 있던 오신환 원내대표는 "(혁신위원들의) 처절한 절규의 목소리를 좀 듣고 대화를 하시라. 뭐가 문제인가. 대화도 못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손 대표는 "당권경쟁에는 처절한 게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22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임재훈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권파는 "유승민 전 대표가 주대환 혁신위원장에 손 대표 퇴진을 최우선 과제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라고 주장했고, 손 대표는 "진상규명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당 지도체제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해당행위이며, 뭐가 잘못된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며 "당의 진상규명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만약 진상규명을 바란다면 저부터 진상규명하기 바란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당이 화합하고 자강하는데 앞장서야 할 당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있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전임 대표와 혁신위원들을 흠집 내고, 당내 분열을 조장하고 부추긴 행위에 대해는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임 사무총장을 비판했다.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도 임 사무총장을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선 이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단식을 열흘 넘게 지속하고 있는 젊은 혁신위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려는 의도였다면 인간의 존중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임 사무총장은 "(대화의 내용이) 손학규 대표의 사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면 국회의원 2명과 대동해 만났던 자리에서 나누었다는 그 혁신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밝혀주었으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혁신위 대변인은 유력인사를 대변할 것이 아니라 외압과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최고위에서 혁신안 상정이 무산되자 권 위원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손 대표와의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응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뉴시스

곁에 서 있던 혁신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손 대표는 회의를 바로 비공개로 전환했고, 안에서는 지도부의 고성이 들려왔다. 이 자리에서도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이 이뤄지지 않자 혁신위원들은 손 대표를 막아섰다. 손 대표는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단식 중인 권 위원은 "뒷골목 건달들도 이렇게 정치안한다. 이게 손학규 정치인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오 원내대표도 "막무가내로 이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고 손 대표의 대화를 촉구했다. 손 대표와 권 위원을 둘러싼 지도부는 반으로 나뉘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바른정당계 인사들과 혁신위원회,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변인은 "어떻게 이렇게 대화를 거부하시는가. 안건을 다뤄달라"며 "혁신위와 솔직하게 대화하자. 대화조차 거부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말했지만 손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이어 손 대표는 임 사무총장 등과 함께 문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권 위원을 밀쳤다. 이 최고위원은 "단식 중인 혁신위원을 밀고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소리쳤다. 입구에 쓰러진 권 위원은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당 관계자들은 응급차를 불렀고, 권 위원은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문 앞에서 약 20분 간 대치하던 손 대표는 권 위원을 밀치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쓰러진 권 위원은 고통을 호소해 응급구조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시스

오 원내대표는 "권 위원과 젊은 혁신위원들께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 바른미래당은 작년 창당 당시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예상하고 만든 정당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유승민·안철수 두 분의 대표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든 정당이다. 손 대표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 손 대표는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당 혁신위의 정상화 방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하면서도 임 사무총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오 원내대표는 "당 사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그렇게 파당적으로 기자회견하며 당 갈등을 조장하는 건 사실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사무총장은 즉각 경질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