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초당적 협력, 청와대 밤공기도 달랐다
입력: 2019.07.21 00:00 / 수정: 2019.07.21 00:00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를 비롯한 대변인들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합의문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를 비롯한 대변인들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합의문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日 수출 규제에 머리 맞댄 文·여야 대표… 협치·소통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심상정)가 만났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높은(?)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배경은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함께 모색한다는 취지가 좋아 보인다.

오후 4시 52분 직접 취재한 풀 기자(공동취재기자)로부터 현장 스케치를 전달받았다. 먼저 눈에 띈 대목은 황 대표가 지난 13일 당 대표로 선출된 심 대표에게 "세 번째 대표 축하드립니다"라고 한 부분이었다. 심 대표는 "두 번째입니다"라고 답했다. 직접 현장을 보지 못 했더라도 대충 분위기가 짐작됐다. 야당 사이에서도 소통의 부재가 느껴졌다. 하물며 청와대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회동에 대한 반가움이 묻어났다. "이렇게 정말 함께 둘러앉으니 참 좋습니다." 이 말이 문 대통령 모두 발언의 첫 마디였다.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공언한 문 대통령은 거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문 대통령의 의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회동이 성사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황 대표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요구해왔던 그가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국임을 인식하고 한발 양보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혹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계속 고집을 부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 여부는 황 대표만이 알겠지만, 굳이 수용 배경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18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해 정당 대표 초청 대화가 열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정의당 심상정·바른미래당 손학규·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기념촬영. /청와대 제공
18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와 관련해 '정당 대표 초청 대화'가 열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정의당 심상정·바른미래당 손학규·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의 기념촬영.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한데 모인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에 대한 초당적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당연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회동이 예정됐던 6시를 넘겨서도 끝나지 않자 의견 도출에 적잖은 진통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입씨름'이 아닌 마주 앉아 치열한 격론을 벌이며 접점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3시간의 회동 끝에 결국 합의문이 아닌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내용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정당 대변인단이 춘추관에서 내용을 나눠 읽었다. 한때 국회를 출입하면서 만나온 국회의원들이 있어 참 반가웠다. 게다가 정론관(국회 본관 브리핑실)이 아닌 춘추관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일본을 향해 일치된 모습을 보여준 점은 인상 깊다. 대변인단이 단호하고 결의에 찬 말투로 또박또박 발표문을 읽어나갈 때는 마음 한편에서 멋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이고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 다만, 일본을 규탄하는 한 목소리를 내며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협치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근은 많이 늦었지만, 이날 따라 유독 청와대 밤공기가 시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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