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를 듣고 있는 문 대통령. /뉴시스 |
文대통령 추경 10번 말했지만… 黃 "반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8일 청와대 회동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일 문제 등과 관련한 조율 과정에서 '반대'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소신인지 몽니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날 회동은 문 대통령과 5당 대표가 예상 시간보다 길게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적 신호가 있었지만, 결국 실질적 내용의 합의가 아닌 원론적 내용의 발표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동에선 서로의 주장이 치열하게 오갔다. 이 과정에선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몇 번의 강한 '반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심상정 등 5당 대표는 이날 청와대 인왕실에서 약 3시간가량 회동했다. 회동 직후 청와대와 5당 대표는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공개 회동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전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추경 처리를 합의사항에 넣길 간절하게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문 대통령이 10번도 넘게 추경 처리를 강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황 대표가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내가 추경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이 국회 사안이라며 응답하지 않아 발표문에 못 넣었는데 그 점을 문 대통령은 아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은 추경에 관한 얘기를 공동발표문에 넣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나는 충분한 논의도 되지 않았고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섣불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반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발표문엔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와 관련 대통령과 대부분 대표들은 '법률적 지원'을 명시하는 것을 원했지만, 황 대표가 반대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는 "문 대통령은 '관련 산업에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강구토록 하는 조항이 꼭 들어가야 구체적인 경제 대책으로 합의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견해였지만, 황 대표가 '예산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반대를 했다"고 했다. 이 대표도 "(한국당이) 그것을 빼자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당내에서 논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예민한 법제도 문제는 충분히 논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발표문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 막판 발표문 조율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 당 대변인과 각각 논의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 제공 |
국회 차원에서 일본 경제보복 중단 촉구 결의안과 국회 차원의 경제보복 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황 대표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는 "경제보복 중단 촉구 결의안과 경제보복 대응 국회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데 여야가 뜻을 모았지만, 황 대표가 원내 소관임을 이유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대로 황 대표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황 대표는 모두발언에서부터 대일 특사 파견과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비공개 회동에서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문 대통령이 "특사나 고위급회담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마음을 잘못 이해한 부분도 보였다. 황 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폐기와 경제정책 대전환 결단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저의 주장에 대통령도 큰 틀의 동의를 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구한 내용이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항목으로 발표문에 담겼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비공개에서 황 대표가 소득주도성장 폐기에 대해 얘기했는데 문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시간이 없고 여기서 구체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장진영 바른미래당 대표 비서실장도 "(발표문에 들어간 내용은)경제 대전환을 뜻하는 건 아니고, '나쁜 건 아니니까 넣자'는 것이었다"며 "너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었고 이견도 많고 시간이 많이 간 상황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를 동의해준 것으로 봤다는 황 대표의 주장에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