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정치권 '아싸' <하>] 조경태 "기본 안 된 정치인 많아"
입력: 2019.07.17 05:00 / 수정: 2019.07.26 17:27
아싸에서 인싸가 됐지만 여전히 아싸 이미지가 강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하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서를 한 뒤 실제로는 정당의 이익을 너무 많이 좇고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아싸에서 인싸가 됐지만 여전히 아싸 이미지가 강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하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서를 한 뒤 실제로는 정당의 이익을 너무 많이 좇고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중>편에서 계속

정치권에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당 내에서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 건전한 비판을 하는 소장파(쇄신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당은 정치적 이념이 같은 이들이 모여 정권을 잡아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다. 애초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구성원의 모든 생각이 같지는 않다. 19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주요 정당 내부에는 소장파, 이른바 '아웃사이더'(아싸)가 있었다. 하지만 20대 국회 들어 아싸는 실종됐고, 거대 양당의 팽팽한 대립 속 '적대적 공생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아싸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더팩트>가 정치권 아싸 실종 사태를 <상> <중> <하>로 집중 조명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싸 정치인'을 만나 소신 정치와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편집자 주>


"국회는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문혜현 기자]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은 당선 이후 열리는 국회 개원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서를 한다. 모든 국회의원이 이 선서를 지켰다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여야 정쟁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국회 주도권을 쥔 거대 양당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각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초심 잃고 정당 이익 좇는 정치인들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하며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서를 한 뒤 실제로는 정당의 이익을 너무 많이 좇고있다"며 "초심을 잃은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뒤 한국당으로 둥지를 옮겨 4선에 성공한 조 최고위원은 맡은 직함만 보면 아싸 이미지가 강한 '인사이더'(인싸)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던 시절 최고위원을 역임했고, 지난 2월에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수석최고위원직에도 올랐다.

하지만 정치를 하며 특정 계파에 소속된 적이 없고, 소신 발언을 자주 해온 그는 당의 주류와는 거리가 있다. 조 최고위원은 작금의 정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게 생각하는 한국정치의 진전은 무엇일까.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 종합예술에 가까운 정치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반대쪽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여 경청해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

조 최고위원은 현실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상대 정당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풍토를 꼽았다. 그는 "요즘 정치인 중에 상대 당 의견을 경청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있겠나. 나아가 시민단체, 국민들도 지지하지 않는 쪽의 의견을 잘 안 듣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한국정치가 1990년대와 비교했을 때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 정치·사회·경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수십 년째 진전이 없는 정치에 대한 조 최고위원의 해법을 물었다. 그는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혁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은 "개혁의 목표는 편함과 편리함을 주는 것이고, 혁신은 새로운 것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치개혁의 으뜸은 의원 정수 축소이고, 혁신은 공천권을 중앙(당 지도부)에서 쥐고 있지 않고, 완전히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원 정원 축소에 대해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현대판 매관매직'에 가깝다. 다수 국민을 위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의원 배지를) 다는 게 아니라 위에 있는 당 대표나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현재 47명인 비례대표와 갑을병정 등으로 나뉜 일부 지역구를 축소해 50명가량 줄이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혁신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하는) 공천에서 눈치를 보지 않고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소신껏 일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공천권을 여야 모두가 중앙에서 쥐지 말고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하고, 소신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 위축되지 않게 언론에서도 '내부갈등', '내부총질', '내부싸움' 등으로 호도하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사례로 최근 민주당에서 '일본통' 강창일 의원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는 소신 발언을 했을 때 이해찬 대표가 손으로 'X' 표시를 한 것을 거론했다. 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민주적이지 않다"며 "정치인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소신을 이야기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진보매체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해 보도하고,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그런 게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시절 포스터에 조 최고위원이 반영돼 있다. /남윤호 기자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시절 포스터에 조 최고위원이 반영돼 있다. /남윤호 기자

◆"비례대표제는 '현대판 매관매직'"

그렇다면 한국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조 최고위원은 "과거의 수구적 이미지를 벗어나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대안정당으로서 경제와 같이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에 대해 제1야당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반사이익만 좆지 말고, 실천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해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공존의 정치, 존중의 정치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야당 시절 100일 이상 장외투쟁을 하며 최장기록을 갖고 있는데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 것 같다"며 "집권하면 야당을 존중해야 하는데 집권 후 똑같이 상대를 무시하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를 공존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기본인데 기본이 안 된 정치인이 많다"고 했다.

정쟁으로 '일하지 않는 국회'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국회의 임기는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조 최고위원은 "70~80년대에는 지금보다 가난해도 가정에 웃음이 많았는데, 이는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불안한 미래 탓에 가정에 웃음꽃이 사라졌다"며 "국회가 분발해 국민들에게 잘 살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초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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