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고삐 풀린 軍, 길어지는 文대통령 '침묵'
입력: 2019.07.17 05:00 / 수정: 2019.07.17 05:00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땅에 떨어진 군 기강과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지난해 10월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땅에 떨어진 군 기강과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지난해 10월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허위 자수' 등 군 기강 도마 위…최근 軍 현안에 언급 없는 文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며칠 전 서울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세상 사는 시시콜콜한 대화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군대 얘기가 나왔다. 흔히 남자들이 모이면 그렇다고 하지 않나. 아마도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전역한 지 10년이 넘었어도, 이제는 일 년에 한 번씩 민방위 교육만 받는데도, 왜 자꾸 군대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 조직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국민과 국가를 지켜봤다는 안보 인식이 의식의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기자들이라고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최근 춘추관에서 동고동락하는 몇 기자와도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지난달 15일 유유히 강원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다. 장시간 바다에 표류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이나 행색에 대한 의문과 경계에 실패한 군을 지적하는 등의 대화가 오갔다. 각자가 나름대로 군 시절 경계 근무에 관한 일화를 곁들이며 군을 꼬집었다. 삼척항 귀순 사건은 이제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진 이슈였지만, 여전한 화제였던 셈이다. 이 역시 안보 의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도 또 군 기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해군 초병이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초병이 음료수를 사러 소총을 초소에 놔두고 근무지를 벗어났다. 경계병과 마주한 해당 병사는 검문에 불응하며 그대로 달아났다. 심지어 최초 거동수상자로 판단한 해군은 기동타격대를 투입했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서해를 수호하는 2함대를 통솔하는 지휘 기관인 사령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달 북한 목선 경계 실패 등으로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에 이어 최근 해군2함대사령부 내에서 초병의 근무지 이탈과 허위 자수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박한기 합창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남윤호 기자
지난달 북한 목선 경계 실패 등으로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에 이어 최근 해군2함대사령부 내에서 초병의 근무지 이탈과 허위 자수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박한기 합창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남윤호 기자

더욱더 놀라운 것은 한 간부가 이 일을 은폐하려고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병사에게 '허위 자수'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사건을 통째로 조작하려 했다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말이 안 되는 허위 자백 사실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까지만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 군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의 폭로가 없었다면 무고한 병사가 피해를 봤을 것이고, 해당 사건은 묻혔을 것이다. 군 수뇌부터 병사까지 군 기강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총체적 난국이다.

올해에만 북방한계선(NLL) 이남서 북한 목선이 총 16척 발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 모양새다. 군은 지난 13일 3척에 이어 15일에도 북한 목선을 추가로 발견했는데, 탑승자가 없고 대공 용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발견한 군 목선을 파괴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불안과 의심의 국민 눈초리가 매섭게 나타나고 있다. 고도로 훈련된 북한의 정예요원이 남한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군의 설명에도 군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땅에 떨어진 군 기강과 안보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 16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배석한 국무회의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순방과 관련한 말씀만 전했다.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고강도 메시지를 내놨을 뿐이다. 물론 우리 경제와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취임 이후 안보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비난을 받는 군을 향해 한마디 말씀이 없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길어지는 침묵은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고삐 풀린 군 기강 문제가 거듭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만으로도 문 대통령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오성(五星)'으로도 불리는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이다. '계급'이 '깡패'인, 상명하복의 위계가 엄격한 군대 조직 문화상 대통령이 무언가 질책하거나 지시한다면 좀 더 흔들림 없는 군사 대비태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군을 향한 국민의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 군의 사기도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훈련 강도가 높은 부대로 유명한 특전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싶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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