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섬나라 족속' '흉심'…北이 日 때리는 이유
  • 신진환 기자
  • 입력: 2019.07.13 00:00 / 수정: 2019.07.13 00:00
북한이 연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을 향해 맹비난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선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연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을 향해 맹비난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선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北 내부 반일 감정 상당해"…"정권 선전 목적도"[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북한이 연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을 향해 원색적이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최근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고강도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과거 죄악에 대한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며 "얼마 전 일본당국이 남조선(남한)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한 것은 그 대표적 실례"라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일본당국의 이번 수출 규제조치에는 남조선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강화해 과거 죄악에 대한 배상책임을 어떻게 하나 회피하는 동시에 남조선당국을 저들의 손아귀에 틀어쥐고 군국주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아베 일당의 간악한 흉심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우리 민족의 이익을 짓밟으며 더욱 파렴치하게 놀아대는 일본 반동들의 망동을 결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지금 남조선에서 인민들의 반일감정은 하늘에 닿고 있다. 우리 민족은 천년 숙적 일본의 죄악을 반드시 천백 배로 결산하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오만함의 극치, 분노한 민심'이라는 기사에서 "과거 침략사에 대한 책임 인정을 한사코 회피하던 섬나라 족속들이 이제는 그 무슨 보복 행동까지 취하며 오만하게 놀아대고 있어 온 겨레의 치솟는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8일에도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언급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판결은 천추만대를 두고도 씻을 수 없는 일본의 과거 죄악에 대한 대가를 기어이 받아내려는 남조선 민심의 반영"이라며 "그러나 일본은 오히려 제 편에서 큰소리를 치면서 안하무인 격으로 놀아대고 있다"고 직격했다.

북한은 최근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과거 죄악에 대한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직격했다. /남용희 기자
북한은 최근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과거 죄악에 대한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직격했다. /남용희 기자

북한 매체의 기사나 성명은 곧 정부의 입장이라는 게 탈북자의 설명이다. 2004년 탈북한 전주명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장은 1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개인이 매체를 소유할 수 없다. 또 북한 매체의 기사들은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고 보도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 언론의 보도는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일본에 대해 유독 날 선 기사로 비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3일 상업적으로 포경을 재개한 일본을 겨냥해 '고래잡이에 광분'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의 무분별한 처사는 국제사회의 항의와 규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때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때나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 비난해왔다.

언뜻 보면 우리 정부를 돕는 듯하지만, 북한 내부에선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의 극악무도한 악행에 대한 감정,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반성이 없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북한 매체가 '과거 죄악'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는 점도 뒷받침되는 부분이다. 또한 일본이 대북 제재에 앞장섰던 행위 등도 거론되면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탈북자 출신 강명도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가 있었기에 북한에서는 반일(反日) 감정이 많다. 특히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김일성 업적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그렇다"라며 "(북한 정부가) 일제 침략사에 대해서 강력하게 학생이나 주민들을 교육한다"고 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고, 그간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를 발의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점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 회장도 북한 교과서에 일반강점기 때 만행에 대해 강조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남한보다 일본을 더 나쁘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쉬운 예로, 한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언론을 통해 원색적으로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가 주민들의 반일 감정을 고취시키면서 체제와 정권을 선전을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강 교수는 "일본을 겨냥해 맹목적인 비난을 가함으로써 주민들의 사상을 다시 무장시키는 차원이 있을 것이고, 결국 당과 정권에 충성할 것을 주지시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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