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국개의원" 셀프 디스 현실, 왜곡된 대정부질문
입력: 2019.07.13 00:00 / 수정: 2019.07.13 00:00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이낙연 총리 및 국무위원들에게 재차 집요하게 총선에 나가냐고 물었다. /국회=배정한 기자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이낙연 총리 및 국무위원들에게 재차 집요하게 '총선에 나가냐'고 물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말이 많아 혼난 '투 머치 토커' 김상조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이번 주 국회에선 굵직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3일간 대정부 질문이 있었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여야의 신경전이 아주 거셌는데요, 특히 대정부 질문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야당 의원들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매번 대정부 질문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묘미이기도 한데요, 다만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총리, 장관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논지에서 벗어난 질문들을 반복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대체 대정부 질문과 '총선 출마'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의원들이 이러한 질문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윤 후보자 청문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야의 불꽃 공방이 쉼 없이 계속됐는데요, 청문회에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당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때아닌 자격 시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한마디를 하자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어떤 말을 했을까요?.

-2주 전 정치팀 방담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 TMT)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웃음), 김 실장이 결국 말로 인해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먼저 대정부 질문 이야기부터 해보고 김 실장 이야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선 감별사를 자처한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대정부질문의 취지와는 벗어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총선 감별사'를 자처한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대정부질문의 취지와는 벗어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잿밥'에 더 관심 많았던 대정부 질문… 이용주 의원의 자아성찰(?)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대정부 질문이 있었죠. 정부 부처 장관들과 이 총리를 향한 날 선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때아닌 '총선 감별사'로 등장하기도 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한국당 임이자·김현아 의원 등이 이 총리와 장관들에게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고 설전을 벌이면서 화제가 된 건데요.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정부 질문 자리는 원래 국정 운영을 놓고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정부를 견제하는 자리인데, 선거를 의식한 질의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겁니다.

-지난 10일 있었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임 의원은 가장 먼저 이 총리에게 출마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 총리는 "살살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21대, 출마하겠는가"라는 물음에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그러자 임 의원은 "현재로서는 없는 건가? 그럼 앞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지만 이 총리는 "제가 계획을 세울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죠.

-임 의원의 '총선 출마' 질문은 다른 장관들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차례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불러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저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경제 살리기에도 시간이 절박하다"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강원 지역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최 위원장 또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죠. 그러자 본회의장에선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불평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시(정)에 도전장을 낸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노골적으로 출마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죠. 김 의원의 질문만 놓고 보면 후보자 토론회로 착각했을 정도입니다. 어땠나요?

-네, 이날 김 의원과 김 장관의 불꽃 튀는 기싸움이 대단했습니다. 먼저 김 의원이 '총선 출마하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현재 지역구 그대로 나가느냐'고 재차 묻자 김 장관은 "네, 김 의원님도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거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제가 가지 않는다. 저희 의원실에 연락이 굉장히 많이 온다"며 "지역 주민들 정말로 사랑하고 챙겨주시길 바란다"고 견제구를 날렸습니다. 김 장관도 물러서지 않고 "충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전해 듣는 것인데도 차가웠던 분위기가 절로 상상이 갑니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내용들이 대정부질문의 맥락과는 안 맞지 않나 싶습니다. 국회가 오래 쉬면서 1분 1초가 아까운 대정부 질문이 본래 의미에서 벗어난 질문들로 허비되는 것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울러 11일 있었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개의원'이란 말을 써가면서 정치권을 비판하자 취재진이 다소 술렁였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이 의원이 일하지 않는 국회를 비판한 것이었는데요. 그는 본회의장에 앉은 의원들을 향해 "'국회의원'이 되고 싶나. '국개의원'이 되고 싶나. 길거리에서 개가 말한다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은 저희 말에 대꾸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로 저희들을 '국개의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며 "국개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 의원의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고, 시원시원한 발언이었지만,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바가 있는데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이는 윤창호법 발의에 참여해 더 큰 충격을 줬었죠. 아직은 그때의 '반전'이 채 가시지 않았나 봅니다. 취재진들 사이에선 '이 의원의 자아성찰 아니겠냐'는 냉소 섞인 해석이 나왔습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고발당한 사람 다 빠지면 청문회 할 사람이 없어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비위 의혹 관련 변호사 소개 위증 의혹이 핵심 쟁점이었는데요, 현장에서 눈에 띄는 다른 장면은 없었나요?

-네, 청문위원 자격 논란이 청문회 초반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한국당이나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검찰 고발이 돼 수사를 받지 않고 기피하는 의원들이 12명이 있다. 위원장부터 해당한다. 그 의원들의 기소여부 결정권을 가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과연 적절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 59명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했고, 한국당도 민주당 의원 40명을 폭력과 상해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습니다. 이들 중 12명이 청문위원으로 윤 후보자 청문회에 참여했는데요, 검·경 수사를 앞둔 이들이 검찰 수장인 윤 후보자의 적격성을 따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윤석열 후보자. /배정한 기자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윤석열 후보자. /배정한 기자

-곧바로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장 의원은 "정치적 고소·고발에 대해서 청문회장에서 상대 국회의원에게 고발을 당했기 때문에 이 청문회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박 의원의 주장에 심각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청문회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 용납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그쪽 당(민주당)도 지금 수두룩하게 고발됐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자기들 이야기는 안 하고 한국당 이야기만 한다"며 "우리 당은 고발당한 사람들 다 빠지면 할 사람도 없어요. 오십몇 명(웃음) 고발돼서 할 사람도 없어요"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웃음).

-이날 청문회에선 막판에 뉴스타파에서 윤 후보자와 윤 전 서장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가 대화한 녹음파일 건이 다뤄지기 전까지 '하자'(瑕疵)로 볼만한 사안은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윤 후보자 임명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에서 검·경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청문위원들이 차기 검찰 수장에게 강한 검증 공세를 하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실제 당청은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 되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윤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총 16명이 됩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 기록(10명)은 넘어섰고, 이명박 정부 임명 강행 기록(17명)에 근접해 이 기록을 깨는 것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당 의원들의 공격력이 생각보다 거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엔 다른 이유도 있다는 말이 나오던데, 무엇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한국당은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위해 사보임을 단행하며 강도 높은 청문회를 예고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청문회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요, 알고 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청문위원 대부분이 고발된 상태입니다.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지만 결국 검찰총장에 임명될 것으로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습니다. 자칫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한국당 의원들을 움츠려 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사정의 칼날을 세운다면 한국당 의원들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청문위원들의 모습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완전 쫄(졸)았네, 쫄(졸)았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이새롬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이새롬 기자

◆ '투 머치 토커' 김상조, 결국 혼났네!

-아무래도 저희에게 예지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투 머치 토커' 김 정책실장이 결국 '말이 많아서' 이 총리에게 혼나고 말았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김 실장은 취임 직후였던 지난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상견례 때 "한번은 본인의 말을 한 기자가 (노트북으로) 받아쳤는데, 글자 수가 1만6000자가 넘어서 마비가 왔던 경우도 있었다"고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고 말하며 스스로 '투 머치 토커'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21일에도 김 실장이 춘추관에 왔었는데 당시 김 실장의 인사말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 윤종원 전 경제수석,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의 발언보다 2~3배 길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발언을 받아 적으면서 '솔직히 너무 길게 말씀하시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웃음) 물론 취재진의 처지에서는 입을 꾹 닫는 것보다는 말이 많은 취재원이 좋습니다. 하지만 말이 길어지면 이해도, 정리하기가 참 쉽지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웃음) 이 내용을 앞선 방담에서도 소개해드린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 김 실장이 결국 '말'로 인해 혼이 났는데요, 지난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는 "김 실장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3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김 실장의 발언이 발단입니다. 당시 김 실장은 "일본에서만 수입할 수 있는 소재나 부품을 골라내니 '롱(long) 리스트'가 나왔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은 우리가 가진 리스트에서 가장 아프다고 느낄 1번에서 3번까지를 딱 집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이미 일본이 우리 경제를 압박할 긴 목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린 셈이 버린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정부가 일본의 통상 보복을 예상했다는 얘기도 되죠. 여기서 문제는,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냐' '이미 일이 터졌는데 예상하고 있다고 하느냐'라는 비판이 제기된 겁니다. 대정부질문에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리는 그 롱 리스트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어떤 것을 김 실장이 얘기했는지 알고 있지만, 정책실장으로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판단했다"고 답했습니다.

-예상 밖의 대답이었죠. 김 실장의 발언은 정부가 일본의 경제 보복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여겨지는데요, 어쨌든 김 실장의 발언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총리는 청와대 핵심 참모로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말을 해 신중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실장은 11일 이 총리의 지적에 "모든 정부 관계자가 말씀을 유념하고 잘 따르도록 하겠다"라고 몸을 낮췄습니다.

-주변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총리의 지적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왔습니다. 웃으며 넘길 정도로 가볍게요. 일부는 김 실장만의 스타일이 있지 않냐는 얘기가 들렸어요. 나름 개인적으로 이 총리가 '엄한 상사' 정도로 해석했는데요. 또 어떤 이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적'이라는 평도 있더라고요.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핵심 참모로 청와대에 입성한 지 한 달 가까이 돼가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청와대에 남아 역할을 할 날이 더 많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여러모로 이 총리의 따끔한 지적은 김 실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 남용희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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