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사퇴했다. 혁신위 내에서 손학규 대표 재신임 여론조사를 두고 이견이 갈린 가운데 찬성 쪽이 더 많아 의결되자 반발한 것이다. /남용희 기자

'손학규 재신임 여론조사'에 이견… '사퇴' 주대환 "당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혁신위원회가 꾸려진 지 불과 10일 만에 위원장이 사퇴하는 일이 바른미래당에서 벌어졌다. 당을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지만 그곳에서도 이견이 크게 발생하며 결국 산산이 조각난 모습이다.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은 11일 오후 2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돌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지난 일주일의 혁신위 활동기간 중 제가 본 것은 계파 갈등의 재현"이라며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그들과 맞서 이 당을 발전시키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지만 역부족을 느껴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주 위원장 사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전날 혁신위에서 의결된 혁신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 위원장 사퇴 직후 혁신위는 여론조사를 통해 손학규 대표의 재신임을 묻고 거취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와 같은 혁신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주 위원장 비롯한 4명의 혁신위원은 반대했으나 나머지 5명이 찬성하면서 의결됐다. 그러나 주 위원장은 이를 손 대표를 퇴진시키려는 비당권파(유승민계+안철수계)의 계략으로 본 것이다.

주 위원장은 사퇴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 비전, 당의 발전 전략, 이런 것들을 내놓지 않고 계속 '손학규 퇴진'이라는 단어만 얘기하는 분들이 혁신위원의 절반"이라며 "(1차 혁신안은) 설익은 합의"라고 꼬집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주대환 위원장 사퇴와 관련 "어렵게 만든 혁신위가 위원장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 혁신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자 인선 문제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주 위원장 측에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소연·김지환·조용술 혁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남은 혁신위원들은 주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혁신위 대변인인 이기인 위원은 혁신안 브리핑 뒤 "계파 싸움을 막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한 장본인으로 당규에 의거한 의결과정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전격 사퇴하는 모습에 위원장을 맡은 의도가 뭐였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권성주 위원도 SNS를 통해 "혁신위가 당의 종양을 제대로 겨누니 혁신위를 깨버리겠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결성된 지 10일 만에 혁신위가 '손 대표 재신임 여론조사'를 놓고 깨지면서 잠시 조용했던 당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손 대표 측에선 발표된 혁신안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만일 손 대표 등 지도부가 혁신안을 무시할 경우 반발이 생기면서 계파 간 충돌이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주 위원장 사퇴로 혁신위 자체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위 활동시한은 다음달 15일까지인데, 빠른 시일 내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는 등 수습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남은 혁신위원들은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어렵게 만든 혁신위가 위원장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당 혁신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자 인선 문제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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