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명사인가 '꼰대'인가… 청년 특강 강사로 선 홍준표
입력: 2019.07.11 14:35 / 수정: 2019.07.11 15:13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나 때는 말이야~" 대학생들 향한 洪의 진심어린 충고?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대학생 A : 우리(청년)들 모두가 자라오면서 선생님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성인이 된 이후로도 교수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 : 나는 어릴 때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수 없는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집안이 유력 집안의 자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 때도 그랬습니다. 내가 이런 얘길 하면 학생들이 실망할 텐데 나는 참고 참았습니다. '내가 갑이 될 때 한번 보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10일 청년 앞에 섰습니다. 국회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의 강사로 초청받았기 때문인데요, 2시간가량 강의는 거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습니다. 20대 청년들은 홍 전 대표의 직업인 정치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인생 선배를 향해 삶의 고민들도 토해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도 성심성의껏 답변했습니다. 다만 약간의 '꼰대'스러움도 보였습니다.

꼰대의 기본은 '옛날이야기'입니다. 주로 '나 때는 말이야'로 문장을 시작합니다. 이날 홍 전 대표도 그랬습니다. 한 학생이 청년들이 교육자들로부터 받는 불이익에 대해 묻자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자신은 더욱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당시 남학생들이 버스를 타면 여고생들이 가방을 받아주는 게 관례였지만 삼류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가방은 종점까지도 받아주지 않았다는 다소 슬픈(?) TMI(지나친 정보,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도 덧붙였습니다. 결론은 결국 "갑이 될 때까지 참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갑이 되면 기회 되면 갑질하던 놈한테 한번 되돌려주고, 대신 밑에 있는 사람들과 동료들에게는 갑질을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로 수위를 조절하긴 했습니다.

꼰대들은 말은 많지만, 별다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한 학생이 "요즘 청년 세대의 장래희망 1위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 있는 공무원인데, (월급이 적어) 서울 집값이 걱정이다. 대표님은 25살로 돌아간다면 어떤 진로를 가셨겠냐"고 묻자 홍 전 대표는 역시 자신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재학 시절 학교 앞 국민은행에서 일하던 현재의 아내와 만났고, 결혼 후 봉천 7동 지하 단칸 셋방살이를 시작해 13평 연탄식 아파트, 24평 중앙난방식 아파트로 집을 옮겨갔다는 얘기였습니다.

홍 전 대표는 "우리같이 어려운 시절에 만나서 오손도손 아웅다웅하면서 사는 그런 낭만적인 시대가 지금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지금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는 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안 살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잘 판단하라"고 결론을 맺었다. 다소 허무한 결론이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홍준표 전 대표가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홍 전 대표는 말이 너무 많아 '투 머치 토커'(말이 너무 많은 사람, TMT라는 줄임말로 쓰인다)의 면모도 보였습니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대해 한 학생이 묻자 홍 전 대표의 답변은 "자유시장 경제 사회는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말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비판, 최근 일본과의 관계 악화, 일제 징용에 끌려갔던 아버지 이야기, 스페인과 아프리카 무어족 이야기, 노벨 평화상 이야기까지 나아갔습니다.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약 17분가량이었습니다. 그 자신도 민망했는지 "답변이 너무 길었다"며 다음 질문으로 겨우 넘어갔습니다.

"청년 시절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홍 전 대표는 "나는 스트레스를 윗사람한테 푼다"며 과거 초임 검사 시절 검사장에게 대들었던 '썰(설)'을 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는 절대 동료나 아랫사람한테는 풀면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윗사람한테는 풀어도 된다는 말인지 학생들에겐 조금 헷갈릴 것 같았습니다.

이날 강연은 분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아카데미였지만 대부분의 질답이 조언보다는 정치적인 해석, 상대 진영 비판으로 흘러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잘한 정책, 못한 정책을 한가지씩 말해달라"는 요청에 홍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못 했다. 잘하는 건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연이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엔 홍 전 대표 지지자로 보이는 중·노년 청중들도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이러한 홍 전 대표의 답변에 이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앞 좌석을 채워 앉았던 학생들은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뒤를 살피기도 했습니다.

대학생과 기념촬영하는 홍준표 전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대학생과 기념촬영하는 홍준표 전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그러나 이런저런 모습에도 학생들의 반응이 그저 좋지 않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그래도 거침없는 홍 전 대표의 답변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위기도 느껴졌습니다. 홍 전 대표도 시간을 초과해가면서까지 학생들의 답변을 받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그는 강연을 마치면서는 "다소간에 의견이 다르고 불만족스럽더라도 양해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이 모두 끝난 뒤에 학생들은 앞다퉈 홍 전 대표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했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었음에도 홍 전 대표는 일일이 미소를 지어가며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급 정치인이자 구독자 30만 명의 위엄(?)이었습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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