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강경화에 소외된 김연철?…4시간 '묵언수행'
입력: 2019.07.06 00:00 / 수정: 2019.07.06 00:00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 청와대 기자실도 '화기애애'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역사적 만남'이었던 지난달 30일 판문점의 남·북·미 정상 회동이 끝난 직후 시작된 한 주가 어느새 다 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깜짝' 만남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상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었다면 과연 만남이 이뤄졌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이런 두 사람을 이어준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는 그래서 더욱더 빛이 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후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관련한 뒷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렵게 정상화된 국회는 이번 주 교섭단체 3당 대표연설이 있었고, 일부 상임위원회가 가동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중재자로 활약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미지 변신을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를 깜작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전 66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JSA 회동이 성사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관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정전 66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JSA 회동이 성사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관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웃음 유발'

-남북미 정상의 그야말로 세계가 놀랄 만남을 가졌습니다. 청와대에서 뒷 얘기를 공개했죠.

-네, 말하기에 앞서 '그때' 일이 떠올라 웃음부터 나오네요. 우선 실명을 거론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먼저 양해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하는 이 뒷이야기는 줄여서 백브리핑(비실명 배경설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이었는데요, 이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판문점 남북미 회동과 관련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게 된 배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 문 대통령에게 "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안 됩니까"라고 물었고, 월경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시는 것은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또,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차에 오르기 전 사람들을 다 물렸다고 합니다. 물론 통역은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했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상 간의 대화여서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매우 중요하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일이 있었다고요?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한 일부 내용을 전달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기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발 (질문을) 많이 받지 말아 달라는 진행자의 요청도 있었고, 일단은 기자들이 너무 지겨워한다는 불만이 많다. 그래서 한도를 정해주든지 알아서 해달라"고요. 이 관계자도 웃고 출입기자들도 '빵' 터지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 발언으로 다소 진중했던 분위기가 풀어지고 화기애애하고 장면이 나온 것입니다.

-앞서 관계자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북 측과 미국 측이 접촉하는 등 막후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북·미 측 카운터 파트너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고, 미국 측은 이번에 방한한 트럼프 수행원 중 일부라고만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측 카운터 파트너에 대해서 "(수행원이) 아닐 수도 있죠"라고 농담을 던져 또 다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남북미 회동이 워낙 초대형 이벤트였던 만큼 궁금한 점들이 많았는데요.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습니다. 이 관계자가 여러 개의 질문에 답을 해준 상황이었는데, 청와대 한 관계자인 진행자가 백브리핑을 마치려고 했습니다. 백브리핑이 끝날 때쯤 알았지만, 이 관계자가 다른 일정 때문에 더는 백브리핑을 진행할 수 없었나 보더라고요. 장내가 술렁이자 관계자는 웃으면서 딱 3명만 더 질문을 받겠다면서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이 관계자에게서 무언가 내공과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웃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동안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의원들을 바라보는 모습. /남윤호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동안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의원들을 바라보는 모습. /남윤호 기자

◆강경화에 집중된 질문…김연철, 졸음과의 사투?

-지난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의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요, 전체회의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었다고요?

-네, 사실 이날 외통위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주제는 지난달 30일 열린 '깜짝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1일 나온 '일본의 경제보복'이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판문점 상봉에 대해 '역사적'이라고 칭찬했고, 야당 의원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우리 정부가 안일한 대응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질문들은 모두 강경화 장관에게 쏟아졌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연철 장관은 소외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장관은 아무런 말도 안했다는 겁니까.

-김 장관은 앞선 업무보고에서 대략 2~3분 발언을 하고, 이후 2시간 동안 의원들로부터 거의 질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마치 투명인간 같기도 했는데요. 이 날 총 4시간의 질의응답 시간 동안 김 장관이 입을 연 경우는 5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슈가 이슈인 만큼 다들 외교부에 대한 관심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김 장관이 꽤 힘들어해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불편한(?) 사람들 앞에 앉아 4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건 마치 고문이나 마찬가지겠죠. 김 장관의 표정 속에서 피곤함(?)이 묻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장관은 회의 끝까지 졸지는 않았습니다(웃음).

-취재진들 사이에선 김 장관이 평소 불교 신자로 알려져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잠을 깨우기 위해 속으로 '불경'을 읽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가끔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뒤에 앉은 공무원들이 종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은 장관이 졸게 된다면 야당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을게 뻔했기 때문에 김 장관이 참는 모습이 연출 된 것 같습니다.

-(웃음) 이번처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한 사람에게 이목이 쏠리는 경우가 많나요?

-보통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등 부처 피감기관이 2곳 이상인 곳은 전체회의가 열리면 출석하게 되는 장관들도 2명 이상입니다. 때문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회의에는 강 장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지난달 25일 열린 외통위에는 북한 목선의 강원 삼척항 입항에 대한 문제로 상대적으로 김 장관에 많은 질문이 가기도 했습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오신환과 '동그란 안경'…이미지 변신은 성공(?)

-바른미래당은 매주 오신환 원내대표의 차담회로 취재진과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죠? 최근엔 오 원내대표가 '안경'에 관한 비밀을 말해줬다던데, 무슨 내용이었나요?

-네, 저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요. 지난 2일 오 원내대표는 가끔 쓰는 '동그란 안경'이 사실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고 커밍아웃(?)했습니다. 그는 이날 차담회가 열린 원내대표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경은 원래 쓰지 않았다. 1997년도에 라식을 해서 쓸 때도 있고 벗고 있을 때도 있다"며 "이미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치인들이 이미지를 신경 쓰긴 하지만 그 내용을 솔직하게 밝힌 경우는 드문 것 같네요.

-네, 맞습니다. 오 원내대표는 자신이 이른바 '화면발'이 좋지 않다며 "방송 화면에서 사납게 나온다. 무표정을 하고 있으면 마치 화난 사람 같아서 모 목사님이 '안경을 한 번 써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경을 쓰고 방송에 나간 뒤로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라식을 했음에도 안경을 선호하게 된 이유를 밝혔는데요. 오 원내대표가 쓴 안경은 동그란 철테 안경으로 예전엔 많이 착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행에 상관 없이 많이 쓰는 편이죠. 확실히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웃음).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에서 출입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문혜현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실에서 출입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문혜현 기자

-그렇군요, 연극배우 출신으로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오 원내대표에게 그런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고보니 5일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안경을 착용했네요.

-그렇습니다. 차담회 자리에서도 '이번 연설 때도 안경을 쓰시냐'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오 원내대표는 "지난번 바른정당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했을 때 썼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방송에 나오니까 (쓰지 않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예상대로 오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경을 쓰고 40분 간 연설을 진행했습니다.

-평소 강인한 인상으로 취재진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렸던 오 원내대표는 거듭된 차담회를 통해 친밀감을 드러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취재진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고 대화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에 더해 동그란 안경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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