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에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오 원내대표는 주요 경제 수치를 활용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삼척항 목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 /뉴시스 |
현안별 통계 활용해 '조목조목' 비판…민주당 지도부는 '불참'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바른정당 원내대표 시절 비교섭단체 대표로 연설한 후 두 번째로 정당 대표 자격으로 본회의장 단상 마이크 앞에 섰다. 오 원내대표는 40분 간 진행한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며 수정을 요구했고 삼척항 북한 어선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자유한국당과 패스트트랙 찬성 정당에 중재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당 의석 쪽에선 연신 박수가 터져나왔고, 더불어민주당 쪽은 조용했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방 일정으로 불참했다.
◆"어떤 변명으로도 이해 구하기 어려워" 진솔한 사과
오 원내대표는 연설 초반 '독백'에 가까운 연설로 의원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그는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면서 "들리시는가"라고 물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마이크 음량 테스트로 이해한듯 "예 잘 들립니다"로 화답했다. 하지만 오원내대표는 "국민들의 힘겨워 하는 목소리가 들리시는가"라며 국회 전체를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정치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정당 간의 갈등이 격화된다 해도 국민에 대한 책임까지 내던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 온 국회 파행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잘못"이라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저부터 반성하겠다. 너무나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며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남을 끌어내려서 이득을 취하는 마이너스 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지켜내야 하는 정치 본연의 책무를 단 한순간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경제 수치를 근거로 현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 인식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뉴시스 |
◆숫자로 보는 경제…"문 대통령 경제 인식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연설 내내 오 원내대표는 각종 경제 수치를 언급하며 한국경제 현실을 진단했다. 중간 중간엔 그래프를 활용해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오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전환과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한 경제 인식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OECD 국가중 '꼴찌'를 기록했다. 1분기 GDP 성장률 –0.4%는 세계금융위기가 불어 닥쳤던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세계 꼴지를 하는 경제가 어떻게 성공하는 경제일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분배를 개선하는 대책이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최하위 계층의 소득 감소 현상을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소득 최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했다"며 "최하위 계층의 근로소득이 무려 14.5%나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최하위 계층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소득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정부는 '상·하위 소득격차가 줄어들었다. 소득분배 상황이 1년 전보다 개선됐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상·하위 소득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둔화로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최상위 계층의 소득도 함께 줄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모두가 가난해서 똑같이 못 사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은 "잘한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옳소"라며 오 원내대표의 연설에 지지를 보내는 의원들도 있었다.
고용 개선과 질 문제와 관련해선 "고용률이 올랐다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서가 아니다"라며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주당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35만 명이나 급증한 반면 36시간 이상 안정적인 일자리에 근무하는 취업자 수는 무려 38만 2000명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 원내대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문 정부가 진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말장난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이 같은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정부 추경안의 상세내역을 비판하고 추경안 조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뉴시스 |
◆"알리바이 만들기용 면피성 추경안…국채 발행은 얼토당도 않아"
오 원내대표는 여당과 정부가 요청한 추경안의 내용도 문제삼았다. 그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을 전액 집행해도 경제성장률 상승폭은 불과 0.1%p라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라며 "이번 추경안은 알리바이 만들기용 면피성 추경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경제 살리기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전체 경제관련 예산 중 35.6%인 1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이런 용도의 예산이라면 무리하게 추경을 편성할 필요 없이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무려 469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의 예산부터 먼저 활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추경안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정부는 전체 6조 700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조 6000억 원을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원천봉쇄하겠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전시성 사업 예산들 또한 전액 삭감을 원칙으로 추경안 심의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제안…"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 확립"
오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각 당에게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왜곡돼 있는 노동시장 개혁 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청년일자리 문제를 가중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한국경제의 명운을 걸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해소를 정책목표로 삼아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원내대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또한 함께 확립되어야 한다"며 "1차 노동시장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임금조정을 가능하게 해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다 안정된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외에도 오 원내대표는 신기술 창업 지원 활성화와 규제개혁 촉진을 위한 법 통과를 촉구하고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충 방침을 비판했다. 또한 '북한 목선사건'을 놓고 민주당을 향해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는 정부의 거수기가 아니다"라며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한다. 즉각 자진 사퇴하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한국당의 비례대표 폐지안 철회와 패스트트랙 찬성파의 협상 노력을 촉구했다. /뉴시스 |
선거제 개혁 논의와 관련해선 '중재자 면모'를 보였다. 오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던 관행이 지켜지기 바란다"며 "한국당에 제안한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한다는 기존의 안을 철회하고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했던 다른 정당들에도 당부드린다. 유사시에는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위협적인 태도를 거둬 달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국민과 정치인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여야가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는 광주세계수영대회 성공을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 일정으로 연설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유감을 표한다"며 "집권여당이 말하는 협치의 수준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상식 수준의 예의도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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