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각각 3일과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존"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두 원내대표의 공존에는 '네 탓'이 먼저였다. /남윤호 기자 |
'네 탓' 국회는 결국 '공공의 적' 전락 인식 필요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공존과 상생으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갑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치란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예술입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입장을 좁혀가는 과정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여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하루 차이로 올랐다. 두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심전심이 통했는지 '공존'을 외쳤다. 물론 두 사람이 '공존'을 이야기했지만, 밑바닥엔 '네 탓'이 깔려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이제 20대 국회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밤낮을 쪼개가며 민생에 몰두해도 부족합니다. 다시는 국회의 시간이 멈추지 않도록, 서로 인내하며 공존과 협치의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민주당은 솔직히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 주장을 앞세우지 않겠습니다"라면서 세 가지 '공존의 길'을 제안했다. 첫째, 유연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혁신을 통해 공존하는 길, 둘째, 남과 북이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도약하는 공존의 길, 셋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참 공존의 길 등이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더는 망설이지 말라면서 "공존의 열차에는 모두가 탑승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도 4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전날(3일) 이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공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정치는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예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정치,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는 정작 정치가 없고, 정치가 없어야 할 곳에는 정치가 만연합니다. 정치 실종과 정치 과잉의 위기"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타깝게도 지난 4월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바로 패스트트랙 폭거입니다. 그것은 정치의 전당인 이곳 국회에서 정치가 사라지는 우리 역사의 비극이었습니다"라며 "민주주의에 숨겨진 악은 다수의 횡포입니다"라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84일간의 공회전을 끝내고 3일 문을 연 국회 본회의장 모습. /남윤호 기자 |
국회 파행 84일 만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거대 양당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는 '네 탓 않고 잘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잘해봅시다'라는 국민 앞 약속보다는 결국 '네 탓'만 있었다.
정치는 분명 날선 비판과 주장이 필요하다. 이런 정치 행위를 지적할 이유는 없다.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두 원내대표는 공존을 이야기하면서 네 탓을 했을까. 지지자들 앞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정치 습관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거대 양당이 공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하는 '관용'이다. 관용은 승자가 아니거나 낮은 곳에 있을 때에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보여야할 관용은 승자로서의 시혜 차원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물론 야당의 주장이 다르더라도 듣고 타협하는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자세의 관용이 민주당의 자세여야 한다. 한국당 또한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청와대의 의견'이라는 의심을 버리고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탓하는 정치권의 공존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국회를 '공공의 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국당 그리고 정치권은 '네 탓 공존'을 논하기 전에 '나 때문이 아닌 그대 덕분에'라는 '관용'의 마음부터 갖길 바란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