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북미 비핵화 협상, 김정은 표정에 답이 있다!
입력: 2019.07.04 05:00 / 수정: 2019.07.04 05:00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이 인상적이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며 나오고 있다.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이 인상적이다. /뉴시스

金, 1차 북미회담 '미소'→2차 어두운 표정→판문점 회동 '웃음'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전선언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나면서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움직이면서 결과는 김 위원장의 표정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인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에 동행, 북미 정상이 대화에 집중하도록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아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북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회동장으로 향할 때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4개월 동안 비핵화 협상이 멈췄는데,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은 비핵화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53분 동안의 회담을 마친 뒤 "앞으로 2, 3주 동안 미국 측에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건 대북특별대표 중심으로 실무팀이 구성이 돼서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재개하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합의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상이 이달 중순 재개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과 달리 다소 긴장한 기색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미 정상과 달리 다소 긴장한 기색이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특히나 북과 남 사이에는 분단의 상징이고 또 나쁜 과거를 연상하게 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두 나라가 여기서 평화의 악수를 한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앞으로 하는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SNS에서 만나자고 얘기했을 때 만약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더라면 언론에서 굉장히 부정적으로 얘기했겠지만, 우리 만남이 성사가 됐고 우리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며 "저의 당선 전을 생각해보면 상황이 부정적이고 위험했다. 남북과 세계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관계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두 발언을 끝으로 비공개로 전환된 뒤 북미 정상이 단독 회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초 15분 내외로 예상됐던 회동이 1시간 가까이 진행됨에 따라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를 심도 있게 나눴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관계가 두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협상 재개의 신호탄이 됐다. 북미 정상 간 만남으로 꽉 막혔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회담을 마친 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 부분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순항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김 위원장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방문해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영향으로 김 위원장의 표정이 다소 어두운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김 위원장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방문해 환영행사에 참석하는 모습.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영향으로 김 위원장의 표정이 다소 어두운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물론, 김 위원장의 표정만으로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전망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표정은 회담 성과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북미 정상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등과 관련해 진전된 합의에 나섰지만,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고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한반도 비핵화의 기대가 높았던 터라 허탈하면서 충격적인 결과였다.

북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대한 양 측의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과 전일부터 회담을 가졌는데, 이번에 어떤 옵션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며 "북한이 전면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그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폼페이오 장관은 "36시간 동안 양 정상이 많은 진전 이뤘지만 최종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김 위원장은 그럴(합의를 이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회담이 결렬된 다음 날인 지난 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을 방문한 김 위원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환영행사에 참여해서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자주 보였다.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미 회담의 기대감을 높였던 김 위원장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신경쓰는 듯해 보였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 사인을 마친 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웃음을,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 사인을 마친 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웃음을,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북미 정상이 서명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담겨 있진 않았지만,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노력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에 합의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며 "합의문은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문서에 서명하게 된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이 자리를 위해 노력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합의문에 서명을 한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재 해제 또는 완화의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다소 만족하는 듯한 모습으로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과거 여러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냈던 김 위원장은 이번 판문점 회동을 마친 뒤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깜쪽 회동'에서 만족할만한,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앞으로 진행될 북미 간 실무 회담이 순항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특히 포괄적인 빅딜 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고수해온 북한은 비핵화 해법에서 이견을 드러내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전후로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속도조절론 유지 방침을 확인했다. 때문에 북미 간의 견해 차로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이 '깜짝 회동'을 통해 비핵화 대화 모멘텀을 살리면서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됐다. 김 위원장의 밝은 표정이 긍정적 신호로 읽히듯, 한반도 비핵화가 급물살을 탈지 귀추가 주목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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