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한국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초'의 역사적 순간을 연출하며 세계를 놀라게했다.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 집에서 정전선언 66년 만에 만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최초의 연속'… 북한 땅 밟고 역사적인 남북미 회담으로 '피날레'

[더팩트｜문혜현 기자]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30일 저녁 오산 미군기지 방문을 끝으로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say hello(?)! 발언'으로부터 시작된 3차 북미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역사적인 남북미 회담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더팩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미있는 방한 일정을 거꾸로 따라가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 '잊지못할 하루'…북한 최초 방문한 트럼프

6월의 마지막 날(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DMZ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3시 46분 판문점 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우했다. 김 위원장과 환한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나눈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열 걸음 이상 나아가 기념촬영을 했다. 정전선언 66년 만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김 위원장과함께 남북 군사경계선(MDL)을 넘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의 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광이다. 기대하지 못했는데 한국에 온 김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만났다. 이렇게 국경을 넘을 수 있었고 김 위원장과의 우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이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며 "이같은 행동 자체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남다른 용단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자유의 집과 군사정전위원회 사이에서 나타난 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세계가 주목했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세 정상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후 문 대통령을 제외한 양 정상은 자유의 집 안으로 이동해 53분간 비공개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초 '2분 만남', '짧은 만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회담은 '3차 북미회담'이라고 할 정도로 긴 시간동안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두고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난 앞으로 각하와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그런 계속 좋은 일들을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이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의 집에서 "우리의 만남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냈을 때 (김 위원장이) 여기까지 안 왔으면 민망했을텐데 감사하다"며 "(우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53분간 회동을 갖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두 사람은 친밀감을 과시했다. /AP.뉴시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협의를 하게될 것"이라며 "앞으로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바꿀 수 있었고, 팀을 꾸릴 것"이라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런 부분을 조율하게 될 것이고 참모들도 조율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언젠가는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면서 "그부분을 저도 고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계속해서 유지가 될 것이다.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인 '깜짝' 북미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오산미군 기지로 떠났다. 두 정상은 헤어질때도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친근한 모습을 과시했다.

청와대 본관에서 한미정상회담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청와대 방문, DMZ 북미회담 성사로 분위기 UP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 오기 직전 청와대를 방문해 '1+4' 소인수 회담, '1+10' 확대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긴밀한 대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만의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내내 긍정적인 바람을 표출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과 관련해 "오늘 걸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는 양자간 좋은 '케미스트리'가 있다. 그래서 성사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양 정상 간 그동안 축적해 온 신뢰관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김 위원장과 만나려 한 이유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과 지금 시점을 비교해보면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언론이 계속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믿음을 잃고 있는것"이라며 언론의 부정적 시선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를 더욱 조명했다. /뉴시스

◆ "현대·삼성·SK·CJ·두산 일어나주세요~" 대미투자 장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을 비롯한 국내주요 대기업 총수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대미 투자를 장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관계자 없이 국내 기업인들만 별도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친분이 있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언급하며 롯데 그룹의 미국 투자를 "훌륭한 많은 일들을 성취했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현대, 삼성, SK, CJ, 두산 등 미국 투자를 진행한 대기업 총수들을 하나하나 일으켜 깊은 사의를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보다 투자확대에 더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대미 투자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한국 대기업을 필두로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40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투자 확대와 변경된 한미 FTA 조항을 언급했다. 또한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해 의미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친교만찬을 갖고 있다. 이날 만찬엔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과 자녀가 엑소 팬인 이방카 보좌관의 관심사를 고려한듯 아이돌그룹 '엑소'와 박세리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이 초대되기도 했다. /청와대 제공

◆ '어서 와 한국 오랜만이지?"…靑의 '취향저격' 환영 만찬

지난달 29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렸던 문 대통령과의 환영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딸, 사위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관심사를 고려한 청와대의 배려가 돋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만찬엔 아이돌그룹 '엑소'와 박세리 2020년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 국가대표 감독이 참석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자녀가 엑소의 팬이었던 이방카 보좌관은 사인 앨범을 선물받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해 친교 만찬의 건배는 탄산수로 진행됐고, 메뉴 콘셉트는 한국적인 궁중 수라상 차림이지만 양국의 협력을 상징하는 불고기 소스를 곁들인 미국식 소고기 스테이크가 나와 조화로움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1박2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과 미국, 전세계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만드는 '한반도 비핵화'호가 순풍을 탈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역사상 처음 한국 땅을 통해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끌어갈 비핵화 협상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뉴시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