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南 북미협상 띄우자 "참견 말라" 비판 속내는
입력: 2019.06.29 00:00 / 수정: 2019.06.29 00:00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하면서 통미봉남 전략에 나섰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단체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하면서 통미봉남 전략에 나섰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단체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북미 대화 시작 전 몸값 높히기?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참견하지 말라"는 통미봉남(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 자세를 취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우리 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였다. 그러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보내며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도 북미 간 친서 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동안 북미 관계 개선에 다리 역할을 한 우리 정부를 향한 비판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미 협상 국면에 돌입하기 직전 남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에 대한 촉구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하노이 회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대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의 분위기를 띄웠다.

북미간 친서교환으로 제3차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북미간 친서교환으로 제3차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시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인터뷰 이후 연일 비판을 쏟아냈다. 27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담화에서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을 봐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터넷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오늘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변함이 없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그에 동조하는 남조선 당국의 우유부단한 행태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인정하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힐난했고,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도 28일 우리 정부를 향해 "아전인수격의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생색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접 비판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화 공식 제안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세 번이나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의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든지 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의지"라고 재차 밝혔다.

최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들어오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환담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시스
최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들어오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21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환담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시스

아울러 북한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북으로 중국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끌어들이면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미국 중심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올바르게 중재 역할을 하라는 메시지"라며 "우리에게 대미 종속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 측에서 근거 없는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국내 정치적으로 너무 포장만 하고 있어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한의 메시지"라며 "다시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으니 그 시점에서 남측이 제대로 된 중재를 해달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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