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회로 돌아가자"… 갈림길에 선 나경원
입력: 2019.06.28 05:00 / 수정: 2019.06.28 05:00
당 내부에서도 조건 없는 등원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세정 기자
당 내부에서도 '조건 없는 등원'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김세정 기자

한국당 뺀 여야, 28일 본회의 열고 6월 임시국회 일정 강행 예고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 일정을 보이콧 중인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여야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를 이뤄냈지만,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등원은 이미 약 2주 전이었던 지난 12일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구민들은 그냥 스쳐 지나갔지만, 대부분의 구민들은 '한국당 뭐 하고 있냐'고 혼을 내신다"며 "싸울 땐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하라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당시 장 의원의 주장은 힘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합의 번복' 사태로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가져왔지만, 의원총회에서 반발이 커 추인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의원들 견해는 대부분 일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합의 내용이 모호하며,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때 고소·고발당한 의원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 아무런 합의도 없었단 점에 불만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당은 현안이 많은 상임위, 청문회 등 주요 일정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런 전략은 무리수라는 당내 여론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조건 없는 등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26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지금 경제도 폭망이고 안보도 거의 실종상황 아닌가"라며 "그런 점에서 정말 국민들께 저 같은 심정이라면 '조건 없는 국회 등원'은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도 조건 없는 등원 요구가 나왔다고 황영철 의원은 전했다. /배정한 기자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도 '조건 없는 등원' 요구가 나왔다고 황영철 의원은 전했다. /배정한 기자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 추인에 실패한) 의원총회에서 '이 합의문이 도저히 우리가 받아들일 안은 못 되지만, 이런 안을 받아들고 우리가 정상화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지로 들어가자. 그것이 우리가 오히려 더 당당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 사무총장이었던 김용태 의원도 27일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어찌 보면 국민에게 지는 것이 진정 이기는 정치라고 하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의총에서 결단을 내려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들께서는 밖에서 싸우는 것은 이제 충분히 했고 들어가서 더 세게 싸워달라, 국민들 불안하니까 국회에서 속속들이 현재의 문제점 파헤쳐달라는 요구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현재 다소 강경하게 국회 등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영남권 의원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 없이 절대 복귀해선 안 된다고 요구하는 가운데 이제 선택은 나경원 지도부에 달렸단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당 의원들 생각은 다 같다. 지금 여당과 다른 야당이 패스트트랙 때부터 한국당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가 유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지금 당장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부분에서 생각이 조금 다른 건데, 그 어느 쪽도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더이상 늦어질 수 없으니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잘 결단을 내려줘서 지혜롭게, 당 안팎을 잘 정리해줄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외부 상황도 나 원내대표 고민을 깊게 할 전망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28일 한국당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본회의를 열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 연장 등 현안을 처리하고 6월 임시국회를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반발하고 있지만 강행될 경우 마땅히 막을 방도도 없어 '모든 토끼를 다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불리한 건 우리가 맞기 때문에 계속 버틸수록 잃는 게 더 많아질까 걱정"이라며 "지도부의 옳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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