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참을 수 없는 정치인 '막말', 오만과 독선이 문제
입력: 2019.06.28 05:00 / 수정: 2019.06.28 05:00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그릇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들로 인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한숨짓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말로 곤역을 치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장외 집회 장면./남용희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그릇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들로 인해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한숨짓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말로 곤역을 치르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장외 집회 장면./남용희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정치인은 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평가받는다. 시민은 말을 통해 정치인의 그릇의 크기와 관점 등을 판단하여 지지 여부의 1차적 기준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정치인에게 말은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즈음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도 한 몫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그릇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들로 인해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한숨짓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막말도 문제지만 천박한 상황 및 현실 인식을 드러내는 수준 낮은 말들이 국민을 더욱 낙담하게 만든다. 저급한 정치인에게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맡겨야 되는 현실이 서글프기 때문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주로 공안검사로 근무하다가 법무부 장관 및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제1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그는 공직생활만 하다가 바로 정치에 입문한 사람의 인식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내 복지제도 확충을 바라는 회사원에게 ‘회사 대표가 아이스크림을 사면 된다’고 하거나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한국당이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 및 차별을 조장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황교안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물타기를 하였지만 그의 천박한 인식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의 잇단 말썽은 그릇의 한계와 많은 행사를 통해 시민과 접촉면을 넓히려는 과욕에 기인한다.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바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결과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여러 측면에 대한 폭넓지 않은 현실 인식을 학습이나 소통을 통해 확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노력을 방기했다. 대권을 꿈꾸는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황 대표는 자신은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오로지 대권욕에 사로잡혀 설익은 인식으로 나서다 보니 얕은 그릇의 바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봤거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자신은 확실한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전지전능한 사람들뿐이다. 아마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치인들도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만약 정치인들이 생각하듯 그들이 그리도 훌륭한 사람들이었다면 우리 사회가 왜 지금까지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발전은 더디기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 모두는 전지전능하지 않으므로 학습이나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그릇을 키워나가야 한다. 인문학 학습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타인에게 물어 지혜를 확충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 시대의 정치인 중에서 묻는 것을 즐기는 자들은 많지 않다. 묻는 것은 자신에게 묻거나 다른 사람에게 물을 수 있다. 자신에게 묻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점검하고 스스로 불확실한 지혜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지혜를 구하는 과정이다.

두 가지 과정 모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두 번째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오만과 독단에 사로잡혀 타인의 지혜를 구하는 것을 무시하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보통사람들이야 다른 사람의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나 주변 사람 몇몇에 영향을 주고 말지만 정치인이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다면 사회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성숙해지려면 황교안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자신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오만을 떨쳐버리고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혜안을 키워야 한다. ‘한 번 머리 감을 때에도 세 번이나 물에 젖은 머리를 틀어쥐고 나가서 인재를 만나고, 한 번 밥 먹을 동안에도 세 번이나 음식을 뱉고 인재를 만났다’고 전해오는, 공자가 가장 닮고 싶어 하고 흠모했던 주공(周公) 같은 인물이 우리 시대 정치인 중에서도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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