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회가 왜 질타 대상인지 여실히 보여준 '행안위 회의'
입력: 2019.06.26 14:51 / 수정: 2019.06.26 15:13
국회 장기 파행 속 2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왜 국회가, 국회의원들이 질타의 대상이 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 행안위 전체회의가 시작된 모습. /국회=허주열 기자
국회 장기 파행 속 26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왜 국회가, 국회의원들이 질타의 대상이 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 행안위 전체회의가 시작된 모습. /국회=허주열 기자

여야, 행안위서 모든 문제는 '네 탓'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국행 파행도, 관례를 깬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도 모든 게 '네 탓'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네 탓' 공방만 하며 오전 질의를 마쳤다. 국회 장기 파행 속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지만, 당사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개회 예정이었던 행안위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파행 조짐을 보였다. 제 시간에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인사는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윤종인 차관,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김계조 행안부 재난관리본부 본부장, 황서종 인사혁신처 처장, 이진복 한국당 의원뿐이었다.

◆지각 회의 이어 산으로 간 회의

행안위 위원은 민주당 의원 10명, 한국당 의원 8명, 바른미래당 의원 1명, 비교섭단체 3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먼저 회의장 좌석에 착석했던 이 의원도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이 나타나자 대화를 나누기 위해 회의장을 떠났고, 1시간쯤 지난 후에 다른 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에 재입장했다.

결국, 행안위 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25분 시작됐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환영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던 진영 장관은 회의시작 5분 만에 인사말만 하고 이석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나타나기 전까지 행안위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97건의 법안을 일괄 상정했고, 정인화·이용주(민주평화당)·주승용(바른미래당) 의원은 각자가 대표발의 한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제안설명을 했다.

이후 행안부와 인사혁신처의 현안보고도 진행됐다. 하지만 오전 11시 8분쯤 행안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입장하며, 회의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허주열 기자
26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허주열 기자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어제(25일) 법안소위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일방적으로 소방직 국가직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재개, 이·통장 지위 및 처우 개선법 등을 표결로 통과시켰다"며 "국회 정상화가 되면 제대로 논의해서 처리하자는 한국당의 주장을 무시하고, 여야 합의 없이 의결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행안위 역사상 일방적으로 사전 협의 없이 의사일정을 잡거나, 표결처리한 적이 없다"며 "지금까지 법안소위는 여야 합의를 통해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해온 전통이 있었다. 해당 법안이 법사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잘 통과되기 위한 '아름다운 관행'이었는데, 이번에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홍익표 소위원장(민주당 간사)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간사는 법안소위에서 합의 없이는 (법안을) 심의 및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통과시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과 같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너뜨렸다. 이 법안들을 다시 법안소위에 회부해서 심도 깊게 논의해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직 국가직화법을 주도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아름다운 관행'을 이야기했는데, 그간 이 관행의 궁극적 목표는 원활한 의사일정과 입법부의 책임을 다하는 한도 내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며 "추경안이 회부된 지 꽤 지났고, 행안위가 실질적 역할을 못한지 반년이 넘었고, 다른 상임위에 비해 계류 중인 법안도 많다"고 더 이상 늦출 수 없었음을 주장했다.

◆'아름다운 관행'과 '네 탓'의 부조화

이후에도 여야 의원들의 상대방 공격, 반박이 계속 이어졌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세 가지 법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정말 여야 협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한국당이 여당, 다수당일 때도 다수의 힘으로 한 번도 밀어 붙인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완수 의원은 "추경 처리가 안 되고 모든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는 게 한국당 책임이라는 건 부적절하다"며 "국회 파행의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선거법을 처리하면서 여야 합의 없이 처리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일방적 처리하고, 그 선거법 자체가 국민적 합의를 못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지금이라도 전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안건을 원점으로 돌려 법안소위에서 다시 심의해야 한다"고 하루 전으로 회귀할 것을 주장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쟁을 반복하자 정부 측 참석자인 (왼쪽부터)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황서종 인사혁신처 처장, 윤종인 행안부 차관, 김계조 행안부 재난관리본부 본부장이 멍하니 회의장에 앉아 있는 모습. /허주열 기자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쟁을 반복하자 정부 측 참석자인 (왼쪽부터)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황서종 인사혁신처 처장, 윤종인 행안부 차관, 김계조 행안부 재난관리본부 본부장이 멍하니 회의장에 앉아 있는 모습. /허주열 기자

하지만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제헌국회 이래 지금까지 과반수 처리가 원칙이었다"며 "어제 통과된 법안은 논의를 충분히 거쳤고, 지난해 11월 통과 직전에도 야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보류됐는데, 협치도 중요하지만 협치가 국민의 이익에 반해선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 반해서 협치를 하라는 것은 여의도 정치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한 시간 이상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공방을 주고받는 정쟁만 벌인 끝에 이날 낮 12시 26분 오전 회의를 마쳤다. 점심시간인 12시가 다가오자 여야 의원들이 한 명씩 회의장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회의 산회 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인 위원장을 제외하면 김민기·김병관·소병훈 민주당 의원, 이채익·유민봉 한국당 의원 등 5명뿐이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본인 법안 제안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또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왔다가 발언 없이 곧바로 회의장을 나섰다.

일하지 않는 국회, 일하지 않으며 세비는 꼬박꼬박 받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도 자신들이 비판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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