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서서히 훈풍 부는 북미와 文 '소외론'
입력: 2019.06.26 11:11 / 수정: 2019.06.26 12:19
북미 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새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파커 뉴욕 호텔에서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북미 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새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파커 뉴욕 호텔에서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 청와대 제공

북·미, '친서 외교'로 대화 재개 조짐…文 중재 성과 '글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비핵화 협상에 이견을 보이며 틀어졌던 북미 사이에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북미 간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새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최근 북미는 '친서'로 북한 비핵화 협상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 매우 우호적인 친서를 보냈다. 또 지난 14일 생일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실제로 생일 축하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매우 우호적인 친서였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지난 11일에 보낸 친서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4개월 동안 지속해온 교착 상태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온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로서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다소 소외되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북미 정상은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톱 다운'(하향식) 방식의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하노이 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북미 간 교착 국면에서 뚜렷한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이는 지난해 북미 사이에서 뚜렷한 역할을 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북유럽 순방에서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의했으나 김 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한미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사실상 불발됐다. 26일에는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을 갖는 등 일정이 있고, 27일에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개최지인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게다가 북한은 최근 중국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끌어들임에 따라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을 지지하며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데 대해 대화와 협상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출구라면서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강명도 경기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한이 중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였고, 중국도 북한 입장을 대변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협상 타결이) 안 되면 중국과 대북제재 등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 대통령의 '소외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우리도 대북 채널이 있다"며 "북한과 소통은 계속 원활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개하지 못하지만, 활동은 계속하고 지금도 물밑에서 여러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미국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정보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이달 초부터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주변국들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외교 현장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지난해와 조금 다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면서 "다만, (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하든, 안 하든, (비핵화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부합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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