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 노동신문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읽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 노동신문 |
외신 보도·정세현 전 장관 "깜짝만남" 언급… 실현 가능성은?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최근 '친서'를 교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0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국은 친서를 교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친분을 과시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30일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세 일정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사항이 정해지면 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일부 외신들이 이에 대한 추측을 꺼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일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9~30일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남북 국경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시찰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24일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는 김에 비무장지대(DMZ)를 간다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깜짝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9일 오후 방한해 30일 오전에 정상회담을 하고, 오후 2시쯤 DMZ에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3시쯤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쪽 지역으로 못 넘어갈 이유도 없다. 세계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이에 대해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국빈방한 중이던 2017년 11월 DMZ를 방문하다 기상상황으로 취소된 바 있다. 용산미군기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헬기 마린원이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번 2017년 11월 첫 방한 당시 DMZ를 방문하려다 기상 상황으로 취소했던 만큼 다시 DMZ를 방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DMZ에 도착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취소 소식을 듣고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 상황에서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과 북중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시계의 '모멘텀'이 다시 마련돼 깜짝 북미정상회담 가능성도 제외할 수는 없다. 지난해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 북측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나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도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밑줄 친 부분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밑줄 친 부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이던 13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언급한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추측하면서 그 내용으로 북미 정상 간 판문점에서의 '깜짝 만남'일 수 있다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23일 조선 중앙통신도 보도를 통해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동안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큰 결정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깜짝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베트남 하노이 회담 당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이에 대한 근거 확인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서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상상을 할 수는 있다"며 "그런데 지금 실무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북미 간 정상이 바로 만난다는 것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4월 최고인민위원회 시정연설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는 미국이 셈법을 바꾸고 상호 이익이 맞는 안이 만들어지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며 "실무협상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했는데 이벤트성으로 열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너무 과도한 추측이 아닌가 싶다"며 "근거 없이 기대만 갖고 평가하기에는 너무 무리"라고 대답했다. 그는 북미 간 친서 교환과 북중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고 묻자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이 만은 않다"며 "기대보다는 근거를 갖추고 추측하거나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