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24일 반쪽 출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이 한국당 의원들의 추인을 받지 못해 당분간 국회 파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개최된 본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국회=허주열 기자 |
나경원, 3당 합의 2시간 만에 당 추인 실패… 리더십 상처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6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반쪽 출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이 한국당 의원들의 추인을 받지 못하며, 국회 파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7월 19일까지 6월 임시국회 개최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법안 각 당 안 종합해 논의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 ▲6월 국회서 추경 처리(재해 추경 우선 심사) ▲국회의장 주관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 개최 등이 담겼다.
3당 원내대표 합의 후 각 당은 의원총회를 가진 뒤 이날 오후 5시부터 국회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과 관련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들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5시 37분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의원 1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쪽 본회의가 진행됐다.
본회의는 추경안 처리를 촉구한 이 총리의 시정연설과 이날 오후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6월 국회 의사일정을 가결시키는 것으로 13분 만에 종료됐다. 본회의가 산회할 때까지 한국당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당 의총에서 나 원내대표가 합의해 가져온 합의문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교섭단체 3당 합의문이 추인 받지 못한 가운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총이 끝난 뒤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대해 의원님들 추인을 조건으로 합의했다"며 "이 합의문에 대해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사표시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저희 당에서는 추인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해 발표한 국회 정상화 선언이 두 시간도 채 안 돼 무효화된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합의안 추인 부결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 입장은 어제(23일) 말씀드린 그 입장대로 가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제1야당의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권력기관장인 검찰총장, 국세청장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극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국정조사 추진과 운영위, 국방위를 통한 실체 규명,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환경노동위, 행정안정위를 통해 따져 볼 부분을 따지겠다"고 상임위별 제한적 등원을 예고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는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가진 직후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당의 추인을 받지 못하면서 합의는 무용지물이 됐다. /허주열 기자 |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로 국회 정상화를 바란 국민의 여망을 전면으로 배반한 행위"라며 "이런 상황을 누가 반길 수 있겠느냐, 국민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 (국회) 정상화의 길이 이미 시작됐고, 모든 상임위와 소위원회 활동에서 정상적으로 다 임할 것"이라고 반쪽 국회 진행을 시사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 추인이 실패한 데 대해 깊은 실망감과 유감을 표한다"며 "결국 드러난 한국당의 목표, 속내는 '국회 정상화 반대'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야 할 때를 모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한국당의 작태에 그간 애써 중재를 해왔던 바른미래당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정국을 전후해 시작된 국회 파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본인이 서명한 합의문이 의총에서 거부되며,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현 상황에선 3당 원내대표가 추가 협의를 한다고 해도 한국당 의총에서 또 뒤집힐 수도 있다는 뜻으로 비춰져 나 원내대표는 안팎으로 리더십에 도전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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