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군 경계 구멍, 文대통령 '평화·안보' 주문 무색
입력: 2019.06.24 05:00 / 수정: 2019.06.24 05:00
북한 주민이 탄 소형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군·경의 허술한 경계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물샐틈없는 안보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도 주문이 무색해졌다. /청와대 제공
북한 주민이 탄 소형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군·경의 허술한 경계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물샐틈없는 안보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도 주문이 무색해졌다. /청와대 제공

軍 오락가락 해명 논란 키워…안보 허점 노출 국민 신뢰 하락 불가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 주민이 탄 소형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정박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 군·경의 허술한 경계망이 도마에 올랐다. 게다가 정부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보에 허점을 노출함에 따라 국민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간 물샐틈없는 안보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악재를 만났다.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6시 50분께 북한 주민 4명이 승선한 목선 1척이 아무런 제지 없이 삼척항에 들어온 사실이 밝혀진 뒤 경계 작전 실패와 연안 항만 관리의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만약 고도로 훈련된 북한 정예요원이 침투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때문에 우리 군·경의 총체적 부실 경계에 대한 지적이 무리는 아니라고 보인다.

더 황당한 것은 민간인이 북한 목선을 발견하고 당국에 신고했다는, 점과 북한 어선이 전날 밤 삼척 앞바다에 도착해 9시간이 넘도록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동안 당국은 이조차 파악하지도, 발견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주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에서 북한 주민이 어선을 몰고 유유히 방파제에 접안하는 모습은 큰 충격을 준다.

안일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군 당국은 지난 17일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15일 오전 6시 50분경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삼척항 인근이 아니라 방파제에 접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은폐·축소 의혹을 낳았다.

또한, 애초 군 당국은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입장을 밝혀 논란의 불씨를 더욱 당겼다. 결국 우리 군·경의 총체적 부실 경계에 대한 지적과 군 당국의 은폐·축소 의혹이 커지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 장관은 20일 국민에 사과했다.

지난 15일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박한기 합창의장, 정경두 장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남윤호 기자
지난 15일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박한기 합창의장, 정경두 장관,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남윤호 기자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사실을 그대로 밝히지 않아 허위 논란을 일으킨 내용을 사전에 보고를 받은 청와대도 이를 방치했다는 비판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17일 국방부 브리핑시, 국민들께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함께 경계 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고드리지 못했다"며 "대통령께서는 해당 브리핑에 대한 질책이 있었고 이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가 이어졌다. 사건 초기부터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했던 국가안보실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거듭 부인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군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고, 목선을 발견한 지점을 굳이 숨길 유가 없다"면서 지난 20일 브리핑에서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북한 목선이 우리 해안까지 들어온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간 안보를 중요시하고 강조해온 문 대통령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우리 군·경과 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9.19 남북군사합의가 군의 기강해이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비핵화 대화 재개 여부가 중대 기로에 선 상황이다. 중요한 시기에 야권은 북한 목선 귀순 사건으로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하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거기다 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하락은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도 적잖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지난 전시 대비 역량 강화는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의 임무"라며 "한반도 안보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대화를 통한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고 있지만 튼튼한 안보 없이 평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북한 목선 귀순 사건으로 그간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안보 주문이 무색해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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