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나경원 원내대표의 화끈한 변신, 그리고 부작용
입력: 2019.06.23 00:00 / 수정: 2019.06.23 00:00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라졌다. 원내대표 이전과 이후의 모습에선 정치적 선명성이라는 긍정적 모습과 함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드러냈다. 지난 20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나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라졌다. 원내대표 이전과 이후의 모습에선 정치적 선명성이라는 긍정적 모습과 함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드러냈다. 지난 20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나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정치색 불분명→선명 변화...빛과 그림자도 '뚜렷'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관훈토론회에 초청돼 120분간 쉼 없이 패널들의 질문에 막힘 없이 답했다. 어떤 질문에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거침이 없었다. 매우 직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고,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의 모습에서 원내대표 이전과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나 원내대표의 과거를 떠올리면 정치적으로 항상 모호했다. 특정 계파색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바른정당 탈당파와 생각을 같이했지만 결국 탈당은 하지 않았다.

취임 전 나 원내대표와 직접 인터뷰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당시만 해도 답변이 몇 바퀴는 돌아 나왔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에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원내대표 취임 후 달라졌다. 대여 투쟁 선봉에서 망설임 없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보수 진영에선 그를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칭으로 추켜세운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침없는 모습도 그랬다.

마침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한 패널이 '4선이지만 특별한 정치색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강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질문하자 나 원내대표는 "전 원래 신념 정치인"이라며 "환경과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대한민국 상황이 저를 이렇게 내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신념을 더 확실하게 말하게 됐다"도 답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불분명한 것보다는 분명한 태도가 낫다고 본다. 그런 면에선 나 원내대표의 변신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원래의 신념'이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표 취임 후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표 취임 후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남윤호 기자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여당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정확한 메시지를 낸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 원내대표는 거듭 '막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달창'('달빛창녀단'의 줄임말), '반민특위로 국론 분열', '김정은 수석대변인' 등 발언이 그렇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일부는 잘못된 발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일부는 과격한 발언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달창 발언과 관련해 "문빠, 달창 그게 그냥 기사에 있더라. 그래서 '아 달빛 창문인가?'라고 생각해서 쓴 것이다. 그런 나쁜 단어의 축약인 것을 알았다면 제가 썼겠나"라며 " 제가 (뜻을 알고) 깜짝 놀라서 바로 정확한 뜻을 모르고 썼다고 사과했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소위 좌파 언론들이 너무 하더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논란이 된 모든 발언을 막말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달창 같은 경우엔 다르다. 모르고 썼다고 해도 분명한 막말이다.

변신하면서 강도 조절엔 실패한 것일까. 막말과 관련해선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일종의 부작용이다. 달창 논란 직후였던 지난달 1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30.2%로 직전 조사보다 4.1%p 하락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그의 지역구인 동작을 주민들도 막말에 우려를 나타냈다. 취재차 찾았던 동작을 지역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말에서 품위가 나오는데, 인터넷을 안 보는지 답답해요. 화가 나서 직접 기사에 '정신 좀 차리라고' 댓글을 단 적도 있다니까요"라고 지적했다. '아 달빛 창문인가?'라고 알았다는 나 원내대표의 해명을 '그렇구나'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인지 나 원내대표의 해명은 구차해 보이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마저도 나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에 대해 "뜻도 모르고 그 말을 사용했다면 더욱 더 큰 문제일 수 있고 뜻을 알고도 사용했다면 극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을까.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달창 논란을 보도했으니 좌파 언론이 했다는 주장도 틀렸다. 말은 누구나 실 수 할 수도 있다. 실수를 알았을 때 정확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까. 정치 색깔을 드러내지 않던 나 원내대표의 변신은 분명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눈여결 볼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변신의 부작용을 스스로 조절하기를 바람해 본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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