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52일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장제원(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속 유일하게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오른쪽)과 장 의원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
종막 임박한 정개특위, 선거제 개혁 논의 재시동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선거제도 개혁안의 키를 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지 52일 만에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회 운영 및 활동기간 연장을 논의한 것이다.
총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정개특위는 20일 오후 2시 10분부터 3시 18분까지 1시간가량 김종민·기동민·김상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장제원 한국당 의원, 김성식·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정개특위위원장) 등 13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여야 교섭단체 3당 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 의원은 한국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반쪽 회의'로 선거제 개혁안 처리에 대한 가시적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진전은 있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개특위위원장이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한국당 유일 참석 '장제원', 끝까지 자리 지켜
당초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 안건은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선정의 건과 위원회 운영 및 활동기간 연장 논의 건 등 두 가지로 예고됐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 위원 선정은 간사 간 합의가 완료되지 않아 논의하지 않고, 위원회 운영 및 연장 건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다.
정개특위는 활동시한이 오는 30일까지로 이 때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심의·의결하지 못하면 기한을 연장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거나, 행정안전위원회로 공을 넘겨야 한다.
심 위원장은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52일 만에 열리는 회의"라며 "갈길이 멀고 바쁜데 발걸음은 한없이 더디어서 안타깝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합의 처리를 잘 이루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심의가 성실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열었다.
활동시한이 열흘 밖에 남지 않은 정개특위에는 선거제 개혁안,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심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심 위원장이 회의 서두에 드러낸 것이다.
이에 장 의원은 "크게 의미 없는 회의를 왜 여는지 도지히 이해가 안 된다"며 "3당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안 됐는데, 정개특위를 가동하는 것은 제1야당을 자극하는 것으로 (국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 선거제, 게임의 룰을 논의하는 위원회가 아직 국회 정상화 합의가 안됐는데 보여주기 식으로 회의를 강행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선거제 개혁안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야 4당이 정개특위에서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해 국회가 마비됐는데, 또 일방적으로 회의를 연다면 저희가 어떻게 납득하겠는가"라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거제는 여야 합의 하에 처리하겠다고 해놓고, 굳이 이렇게 강행할 이유가 뭐가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어떤 양보를 통해 논의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지, 이렇게 저희에게 윽박지르듯이 논의하자는 것은 선거제 논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간사회의로 전체회의를 대체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지만, 심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52일 만에 한발 내딛은 정개특위
이후 민주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한편 정개특위 활동시한 연장, 주어진 기한 내 선거제 개혁안 심의·의결 등을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패스트트랙 지정 후 한국당을 기다리느라 50여 일 간 아무것도 안 하고 지금까지 왔다"며 "나머지 10일을 더 기다려 정치개혁을 고사시키자는 게 한국당의 뜻이다. 그 의도를 더 이상 허용 못한다. 한국당의 직무유기죄를 왜 정개특위 위원 전체가 같이 써야 하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 의원이 말한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를 위해서도 정개특위를 연장해 충분한 심의·의결을 해야 한다"며 "국회법 제44조에 따라 정개특위 활동 중간보고서를 작성하고, 연장 사유를 작성해서 운영위원회와 각 당 원내대표단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그동안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한국당의 태도, 정개특위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아예 정개특위 자체를 없애자는 속셈이 아니면 이해가 안 된다. 선거제 개혁 자체를 무산시키고 현 선거제로 하자는 정략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50일 간 참은 것은 한국당이 참여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남은 10일도 그냥 보내는 것은 정치개혁에 대한 민심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 의원은 "17대 국회 때부터 정개특위에서 다루는 사안을 매듭짓지 못하면 연장하는 게 관례였다"며 "패스트트랙 안을 중심으로 한국당이 수정안을 내서 남은 기한 동안 심의·의결하거나, 정개특위를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정개특위가 할 일을 다 해야 한다. 보장된 기한 내에 안 되면 연장하는 게 맞다"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자체에 대해서도 저희 당뿐 아니라 다른 당에서도 보완점을 지적하고 있는 게 사실인데, 다시 한 번 심의해서 저희에게 주어진 10일 안에 일단 의결을 마치고 법사위원회에 올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이에 장 의원은 "개혁과 반개혁 프레임으로 몰아가려는 듯해 앉아 있기 거북하다"며 "누더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생각한다. 누더기 선거제를 합의하면 개혁 세력이고, 반대하면 반개혁 세력인가. 민주당이 야당일 때도 특위가 원내대표 간 합의 없이 만들어지거나, 연장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발언권을 얻은 의원들이 그간의 한국당 행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장 의원은 "한국당을 성토하려고 모였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최대 심사기한이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이다. 일단 지정이 되면 최장 330일 안에는 무조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해야 한다. 일부 정개특위 위원들의 주장대로 이달 내 의결을 마치고 법사위로 넘기면 현 시점 기준 이르면 100일 내 본회의 표결도 가능하다. 법사위 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주어진 90일을 다 보낸다 하더라도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즉시 상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기동민 민주당 의원 모습. /남윤호 기자 |
◆운영위-원내대표단에 정개특위 연장 사유 제출
결국, 이날 전체회의에서 무언가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정개특위 연장 사유 운영위, 각 당 원내대표단 제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현행 선거법과 패스트트랙안에 따른 선거구 획정 사전 준비 권고 ▲남은 기간 매일 회의를 열어 선거제 개혁안 심의·의결 ▲정개특위 제2소위 심의 끝난 안건 의결 등의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정개특위 연장 사유 제출 건과 선거구획정위 권고는 즉시 조치하겠다"며 "연장이 안 될 경우 기한 내 (선거제 개혁안을) 최대한 심의·의결하자는 제안과 2소위 심의 끝난 안건 의결은 간사 간 합의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선거제 개혁안 정개특위 활동기한 내 가결하자는 주장은 나가도 멀리 나갔다"며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되면 3기 정개특위를 만들 수 있고, 연장이 안 되면 행안위로 넘겨서 논의를 이어가도 되는데, 이달 내로 가결해야 한다는 논리는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장 의원은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산회한 후에도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 "다음 주 내 가결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며 "국회가 정상화되면 제가 나서서 매일 소위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현 시점에서 정개특위에 남은 선택지는 주어진 시한인 이달 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제 개혁안을 가결시켜 법사위로 올리거나, 활동시한을 연장하거나, 행안위로 공을 넘기는 것 세 가지다. 정개특위가 종막을 향해가는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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