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이른바 '해상판 노크 귀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장관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
'해상판 노크 귀순' 대국민 사과…"재발 않도록 경계태세 보완, 기강 재확립"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이른바 '해상판 노크 귀순'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정 장관의 해임까지 거론하며 군의 경계 실패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코미디 영화에나 나올법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상방위에 구멍을 낸 군 당국이 경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기관고장으로 떠내려 온 북한 선박을 어민 신고로 발견해서 삼척항으로 예인했다는 거짓 브리핑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다는 것"이라며 "경계에만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라 양심에도 큰 구멍이 뚫렸다. 국방부 장관이 군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하지만 장관의 기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는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 장관을 해임하기 바란다. 가장 먼저 책임지고 물러나야할 국방부 장관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기강확립과 경계태세 강화를 일선 장병들에게 주문하고 있지만 영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전날(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어선이 삼척항까지 들어오는 동안 군 당국은 전혀 몰랐다고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군 당국은 사태를 덮기에 급급하고, 어선이 접안한 사실조차도 숨기고 책임 회피와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2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 삼척까지 들어온 것은 해상경계 작전에 큰 허점이 들어난 사건"이라며 "북방한계선을 넘어 130km 남쪽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기까지 우리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군 당국은 중앙 합동조사에서 세밀히 조사하고 철저히 그 진상을 밝혀내서 국민 앞에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며 "군 당국은 철저한 내부조사를 통해서 뼈를 깎는 자성으로 엄중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0월 북한병사 한 명이 휴전선을 넘어와서 동부전선 육군초소에 문을 두드리며 귀순한 일명 '노크 귀순'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안보 무능 정권'으로 규정하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총공세를 펼쳤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장군 5명과 장교 9명 등 관계자 14명을 문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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