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해야 된다
입력: 2019.06.20 08:49 / 수정: 2019.06.20 08:49
정치인은 국회를 공전시키며 세비를 축낼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시민에게 한숨과 눈물이 아니라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사진은 국회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당시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부터)./국회사진취재단
정치인은 국회를 공전시키며 세비를 축낼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시민에게 한숨과 눈물이 아니라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사진은 국회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당시의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부터)./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 평론가] 얼마 전 U-20 FIFA 월드컵에서 대한의 건아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우리 선수들이 결승전에 진출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One Team’이 되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과도 같은 준우승을 일궈내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라 안의 정치는 암담하고 경제는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은 깊은 감동을 주었으며 뜻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치도 이런 감동을 선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남한에서 가장 후진적 영역은 정치이다. 기업은 다소 간의 문제가 있지만 세계를 무대로 경쟁력을 발휘하며 현재의 국부를 창출해 왔다.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정치가 지금보다 선진적이고 민심에 부합했다면 우리 사회는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훨씬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좀 더 과장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치만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는 토양을 갖고 있는데 정치가 사회 발전의 견인차는커녕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국회의원의 월 평균 수당은 1136만 9710원으로 임금노동자 평균 임금의 3.75배 이상, 최저임금노동자 임금의 6.5배 이상이 된다. 국회의원은 이 밖에도 각종 특권과 혜택을 누리고 보좌진의 인건비 등을 합하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약 6억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기준으로 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연간 약 1800억 원이 소요된다. 지금처럼 무위도식하는 국회의원이 이런 고액연봉을 받고 각종 특혜와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오죽하면 예나 지금이나 일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청원도 있었을까.

가정이나 학교나 기업의 구성원들이 걸핏하면 지금의 국회의원들처럼 자신의 할 일을 안 한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몇 달째 일을 안 해도 책임질 일은 없으며 고액연봉은 꼬박꼬박 그들의 통장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신의 직업이다. 꼬일 대로 꼬이고 꽉 막힌 현 정국의 1차적인 책임은 분명 자유한국당에 있다. 자유한국당의 뿌리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는 각종 비리와 부패를 저지르고 국정농단을 자행하여 법의 심판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박근혜는 탄핵까지 당했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석고대죄하거나 환골탈태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틈타 막가파식 정치를 하고 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보수냐 합리적 보수냐 등의 정체성의 차원을 떠나 정치의 기본을 망각하여 막말을 내뱉고 트집만 잡는 하류 집단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이 지금의 정치 행태를 계속 자행한다면 남한의 미래뿐 아니라 그들의 미래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가깝게는 내년 총선에서 분명히 엄정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정부, 여당도 현 정국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찌됐든 정부, 여당은 정국의 총체적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 야당 탓만 해서는 안 된다. 확실한 개혁적 조치를 통해 민심의 힘으로 자유한국당의 방해를 잠재우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협상과 운용의 묘를 발휘하여 야당을 끌어안고 가야 되는데 정부, 여당은 한계가 많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인식으로는 결코 접점을 찾을 수 없으며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내어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지혜와 협상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시민들이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일군 선수들의 열렬한 팬이 되었듯 시민들이 정치인을 사표로 삼거나 진정한 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은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시민에게 한숨과 눈물이 아니라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자신보다 300여 년 전 인물인 제(齊)나라의 재상 안영을 흠모하여 ‘만약 안영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를 위해서 마부가 되어 채찍을 드는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몰지각하고 폐쇄적인 지지자가 아닌 많은 상식적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정치인들 중 사마천의 안영과 같은 인물이 많이 나타나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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