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인영 "'공존의 정치' 어려운 과제지만 가야 할 길"
입력: 2019.06.19 13:23 / 수정: 2019.06.19 13:23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정치·경제·사회 현안 전반에 대해 중견언론인들과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원내대표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중구=이덕인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정치·경제·사회 현안 전반에 대해 중견언론인들과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원내대표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중구=이덕인 기자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다양한 현안에 대한 소신 공개

[더팩트ㅣ중구=허주열 기자] "지금의 정치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밀어내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중략) 공존의 정치는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과제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입니다."(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론적 수준의 대의는 있었다. 하지만 대의를 실천하기 위한 디테일은 부족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SBS 논설위원)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김영화 한국일보 정치부장, 최경선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에디터, 이가영 중앙일보 법조팀장 등 중견언론인 4명과 2시간가량 정치·경제·사회 현안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먼저 이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회가 국민들이 부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송구스럽다"며 "국민들을 돌봐야 할 국회가 오히려 국민들을 걱정시키고 있는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더 없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그는 "지금의 정치는 서로의 인정하지 않고 밀어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그런 정치로는 결코 국민들께서 염원하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없다"며 "여야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생각을 포용해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모색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기존 발언에서 나아가지도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진보는 보다 유연해져야 하고, 보수는 보다 합리적이 되어야 한다"며 "저부터 '경청'의 협치 정신으로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 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첫 질문자로 나선 김영화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야당(자유한국당)을 설득하고 입장을 좁히기 위해 어떤 양보를 했는지, (국회 정상화 협상 관련) 미타결 쟁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핵심 쟁점은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 있었던 일에 대한 사과와 법 철회였는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타결됐다"며 "이후 (한국당이) 경제 청문회와 관련한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이는 국회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경제 청문회 요구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 '국가 부채' 등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야당의 프레임 공세로 봤다. 프레임이 정해진 경제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경제 실정 등에 대한 '낙인'을 거둔다면 새로운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가능성은 열어 놨다. 한 패널이 "어제(18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청문회가 부담스러우면 토론회로 하자고 수정제안을 했는데, 이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원내대표는 "경제 실정·국가 부채에 대한 책임성을 인정하라는 연장선에서 청문회나 토론회 등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면 객관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 현장. /이덕인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 현장. /이덕인 기자

국회 정상화 협상 도중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수석이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한 게 의도된 것인지, 돌발적 상황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사전에 조율된 게 아니다"며 "당은 자율성을 갖고 판단하고,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도 어떠한 간섭 없이 당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고, 역으로 국민들이 청와대에 질문하고 청와대가 대답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간섭하지 않고 있다. 서로 독립적으로 정치 행위, 정책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장외로 나간 직접적 배경이 된 패스트트랙에 이후 조치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이뤄진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은 국민이 어떻게 볼지 주저된다. 당 내부의 경직된 입장을 떠나 국민의 눈에서 이 문제를 판단했다"고 고소고발 취하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은 최대한 한국당과 협의해 처리할 방침"이라며 "선거법은 국회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적 진전을 이루려 하고 있고, 사법개혁은 50년 이상 된 과제고 국민적 요청도 높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에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이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줄을 서서 정치검찰로서의 행위를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의 충직·강직성에 기대를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윤 후보자가 가진 칼날은 양면성도 있는데, 우리 정부 이야기도 듣지 않고 원칙대로 강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회전문 인사 논란 등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최근 <더팩트> 단독 보도로 세간에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비공개 회동의 적절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에디터의 관련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사적인 만남"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언론인 한 분까지 포함된 자리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총선전략 등을 논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또한 양 원장이 서 국정원장과 회동 뒤 지자체장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는 것에 대한 당의 실익을 묻는 질문에 이 원내대표는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으로서 지자체 싱크탱크와 만나서 자치분권, 지역균형발전 확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걸 보장해 줘야 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지자체장도 만나는데, 공식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서의 업무영역에 부합하는 정상적 정치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말미 이 원내대표는 후배 정치인 양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후배들이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더 활력 있는 사회, 역동적 대한민국을 위해 후배 세대를 위한 가교가 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후배 정치인들을 기성 정치의 보조자로서 모셔오는 방식보다는 그분들이 가진 이슈, 우리 미래에 꼭 필요한 기능, 역할, 능력을 발휘해 미래사회를 디자인하고 결정할 수 있는 디자이너, 크리에이터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고 응원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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