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일지 관건이다. 지난 2차 하노이 회담 당시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주 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김 위원장. /임세준 기자 |
통미봉남 전략 vs 깜짝 정상회담?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특히 오는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방문을 알리면서 사전 조율을 위한 것 아니겠냐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한 가운데, 북한 측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17일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G20 오사카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4차 남북정상회담,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며 웃는 두 정상.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이달 말 G20 오사카 정상회의(28~29)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그 이전에 열릴 것이 예상된다. 앞서, 일각에서는 G20 정상회를 계기로 원포인트 4차 남북정상회담,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2차 북미회담 결렬에 크게 관여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11일(현지시간) 컨퍼런스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며 "다만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북측의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 라인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남북 라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이 새로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통미봉남 전략은 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이다. 1994년 핵 협상에서 북한이 주로 보여온 태도로 우리 정부는 협상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경수로 건설비용의 70%를 떠맡은 바 있다.
이희호 여사의 장례 당시 북측은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조화와 조의문을 보냈지만, 조문단은 보내지 않았다. 지난 1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통일부 제공 |
지난 12일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 당시 북측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판문점에서 조화와 조의문을 보냈지만,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 과거 이 여사가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 장례에 참석해 김 위원장을 위로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은 김 위원장이 이 여사에 대해 예의는 차렸지만, 우리 정부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친서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거는 없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해 5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처럼 판문점에서 깜짝 원포인트 회담 가능성도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연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며 "답은 북한에 있다.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단을 내려 침체한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구조를 되살리는 것이 미국의 정책을 바꾸고 남쪽과도 협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