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친서 외교 재가동…남북·북미 대화 재개 급물살 탈까
입력: 2019.06.13 05:00 / 수정: 2019.06.13 05:00
12일 김정은(왼쪽) 북한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달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나온다. /더팩트 DB,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2일 김정은(왼쪽) 북한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달 제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나온다. /더팩트 DB, 한국공동사진기자단

金 '친서 외교'로 북미 대화 물꼬 기대…文 순방지에서도 '남북 대화' 발신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안갯속 한반도 정세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모멘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명분 삼아 '천서 외교'를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전달 경로와 친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 간 대화 재개 의지를 서면을 통해 밝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 합의했던 북미 사이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교착 국면이 점차 뚜렷해졌다. 북미 간 대화 단절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비핵화의 구체적인 해법의 간극을 좁힐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하노이 회담에서 실익을 얻지 못한 뒤 북한은 강경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은 우리 정부와 미국을 비난하며 각을 세웠고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끝내 북한은 침묵하며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달 잇따라 미사일 발사체를 쏘아 올리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한반도 평화 시계는 멈췄다.

다만 비핵화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한미 정상은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유화책을 펼쳤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문 대통령은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등을 추진하면서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북한에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와 접촉면을 넓히는 등 독자 행보를 보였다. 또,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며 장기 제재에 대비했다. 좀처럼 남북·북미 교착 국면의 물꼬가 터지지 않으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12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3개월 이상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북미 정상.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12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3개월 이상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북미 정상.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를 계기로 하노이 회담 이후 3개월 이상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앞서서도 북핵 협상의 고비 때마다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왔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이유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이에 대해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마음대로 해서는 제재가 풀리지 않을 것이고, 전체적으로 나라의 발전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미국과) 북핵 협상을 잘해서 조금이라도 협상 결과를 유리하게 얻어내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화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괄타결식 선(先) 비핵화와 '빅딜'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요구하는 북한이 얼만큼의 유연성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북미 간 비핵화 방식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3차 북미정상회담 등 북미 대화 재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당장 3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기기획본부장은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은 (북미 간) 비핵화의 수준과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딜'로 끝났기에, 구체적인 합의문 초안까지 완성하고 북미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사인만 하면 될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3차 회담을 추진할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앞으로 실무 의견에 접근하는데 최소 2~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의 옥류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북 정상. /평양공동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의 옥류관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북 정상. /평양공동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의 친서 외교로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4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와 관련한 의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던 전례도 있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2일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에서 "나는 김 위원장과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가 만날지 여부와 만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방한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에 북한이 김 위원장 명의로 조화와 조의문을 보내면서 남북관계가 해빙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이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보낸 것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대화 여부에 대해 "해석하지 않겠다"며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일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단언할 수도 없다"면서도 "협상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에 조건이 맞게 되면 곧바로 열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기적·기간적 문제로 이달 말에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가 경색된 북미·남북 관계의 대화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 될지 정가의 이목이 쏠린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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