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정은, 김여정 통한 고 이희호 여사 '조의·조화' 전달 의미
입력: 2019.06.13 05:00 / 수정: 2019.06.13 05:00

북한이 고 이희호 여사의 장례에 조문단 대신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한 조의문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전달받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제공
북한이 고 이희호 여사의 장례에 조문단 대신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한 조의문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전달받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제공

남북관계 어느정도 불만표출 동시에 이 여사에 대한 '예의'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북한이 12일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에 조문단 대신 조화 및 조의문을 판문점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보내면서 그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에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이 여사에 대한 예의는 지킨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오후 5시 김 부부장과 이현 통일선전부 실장은 판문점에 나타나 우리 측에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우리 정부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그리고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이 판문점에 나가 김 부부장을 맞이했다.

앞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 규모를 놓고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거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는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현재 남북관계는 소강상태에 머물러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형식과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한다면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확인되는 것이고, 파견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회의론이 확산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북측의 김여정 부부장 카드는 이 여사에 대한 예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보좌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측의 김여정 부부장 카드는 이 여사에 대한 예를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보좌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아울러, 북한의 대외매체 '메아리'는 이날 오전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메아리는 보도에서 "잘 나가던 북남관계가 오늘날 교착상태에 빠져든 근본 원인이 외세의 눈치나 보며 북남선언들의 리행(이행)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 남조선당국의 우유부단한 처사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북측이 조문단 대신 조전과 조화만 전달할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대북 소식통을 통해 북측이 조전과 조화만 판문점에서 전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이 여사가 남측 조문단과 함께 장례에 직접 참석해 조의를 표한 바 있어 조문단 파견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북한은 결국 조문단 파견대신 조화와 조의문만 전달했다. 다만, 북측은 '김여정 카드'를 꺼내면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여사의 상징성을 생각해 국내 여론 또한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1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놓고 있다./남윤호 기자
12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빈소에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놓고 있다./남윤호 기자

박지원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이 여사님이 가셨다"라며 "동양의 미덕은 애경사에 오고 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반드시 올 것이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2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번에도 북쪽에서 조문단이 와서 조문하기를 기대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측이 와서 조문하기를 기대했던 박 의원은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에 섭섭함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김 부부장에게 "10년 전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을 때 김기남 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조문사절단이 와서 조의를 표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장례위원회와 유족들은 조문사절단이 오시기를 기대했는데 굉장히 아쉬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께 전달 드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조문단 파견이 아닌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한 것과 관련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북측의 발표에 대해 "조문단이 온다면 우리 정부와 후속해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기 위해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도 트럼프가 서신 얘기도 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상징적인 사람을 보내는 것을 봐서 꽃만 보내는 것보다는 예의는 차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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