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희호 여사 별세' 北, 조문단 파견 무게…남북대화 물꼬 되나
입력: 2019.06.12 05:00 / 수정: 2019.06.12 05:00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북한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북한 노동당 김기남 비서와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 이름의 조화를 전달하던 당시. /국회 홍보기획관실 제공
이희호 여사의 별세에 북한 조문단 파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으로 서울에 온 북한 노동당 김기남 비서와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 이름의 조화를 전달하던 당시. /국회 홍보기획관실 제공

전문가들 "조문단 형식에 따라 해석 달라질 수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에 북한 조문단이 파견돼 남북대화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이 여사의 별세에 따른 부음을 11일 개성 남북연락공동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직후 현재 남북대화는 소강상태인 상황이다. 지난 3월 북한은 남북공동사무소에서 전원 철수한다는 방침을 통보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5월 초에는 두차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형식과 날짜에 얽매이지 않는 4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에서는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생전 북한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던 이 여사가 별세하면서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 꽉 막혔던 남북대화가 물꼬를 틀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제단의 모습. /뉴시스
11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제단의 모습. /뉴시스

이 여사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북한과의 인연도 깊다. 이 여사는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고,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남측 조문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직접 조의를 표하고 김 위원장을 위로했다. 2015년 7월에도 취약계층 의료 지원을 목적으로 방북했지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북측도 2009년 김 전 대통령의 장례 당시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문단에는 김여정 노동당 선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측근 인사가 거론된다.

현재 남북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북한 전문가들을 북측이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 사례로부터 추론해 볼 수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 서거, 정주영, 정몽헌 회장 사망 당시에 북측 조문단이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조화만 보낸다면 남북 간 당장 대화는 쉽지 않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조문단 특사를 파견한다면 대화를 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방북길에 오른 이희호 여사, 현정은 회장 등의 민간조문단의 모습. /뉴시스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방북길에 오른 이희호 여사, 현정은 회장 등의 민간조문단의 모습. /뉴시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논평에서 이번 조문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여사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 또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북유럽 순방 중이기 때문에 북한은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2011년 서거했을 때 이 여사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조문하면서 김 위원장을 만났기 때문에 고위급 조문단을 보낼 수도 있다"며 "만약 북한이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조문단 대표로 파견한다면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확인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반대로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낸다면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며 "결국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가 향후 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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