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지난 8일 탈당을 시사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단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군사 편찬연구 자문위원장에서 백선엽 장군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 황 대표./임영무 기자 |
홍문종 의원 '탈당' 시사… 반발 때마다 黃도 '갈팡질팡'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가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막말 금지령'을 내리자 당의 중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입 틀어막냐"고 반발한 데 이어 친박(親 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탈당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거듭되는 당 소속 인사들의 막말 논란에 대해 "재발하면 응분의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잘못에 대해서는 돌을 맞을 일이 있다면 제가 다 감당하겠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잘못은 용납할 수 없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앞으로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중진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막말 금지령'을 내린 황교안 대표에 대해 반발했다. /남용희 기자 |
이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여당 대표는 하지 말아야 할 불법선거운동도 거침없이 총력 질주하고 있는데, 야당 대표는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으니, 선거 결과가 걱정된다"고 반발했다. 김 전 지사는 "황 대표는 우리 당의 입단속을 하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불법선거운동을 고발하는 데 몰두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인지 황 대표는 곧장 막말과 관련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문재인 빨갱이'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인 차명진 전 의원 문제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막말'이라고 하는 말부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여러분들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의 배경이나 진의가 무엇인지 잘 보면 될 것 같다"고 감쌌다. 김 전 지사 등 당내 반발을 인식한 행동으로 풀이됐다.
홍문종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당의 기천 명 평당원들이 여러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며 탈당을 시사했다. /이덕인 기자 |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6일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인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의 많은 후유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장 홍 의원의 탈당 시사 발언이 터졌다. 홍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당의 기천 명 평당원들이 여러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의 이런 발언 배경은 최근 한국당 안팎에서 도는 내년 총선 친박 배제설 때문으로 보인다.
홍 의원 탈당 시사로 인해 파장이 큰 가운데 황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분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의 뜻을) 직접 듣지 못했는데 진의가 뭔지 알아보는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과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홍 의원의 탈당 시사는 '우리 건드리지 마'라는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경고인데 이렇게 하면 황 대표도 징계 등 절차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막말과 관련해서도 반발이 있으니 멈칫하고 뒤로 물러선 느낌"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는 "(홍 의원 탈당 시사로 인해) 당내 기반이 없는 황 대표는 더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친박계가 나가게 된다면 당 대표로선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내다봤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홍 의원 탈당 시사에 대해 "'친박 신당' 출범 신호"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찬성의원을 절대 용서 안 하며 황 대표는 이미 버린 카드"라며 "친박 신당이 출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