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혁신위 성격·역할' 합의 바른미래당, 갈등 봉합?
입력: 2019.06.10 19:24 / 수정: 2019.06.10 19:24
10일 바른미래당은 의원 워크숍을 열어 오랜 갈등을 극복해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혁신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합의했다. /뉴시스
10일 바른미래당은 의원 워크숍을 열어 오랜 갈등을 극복해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혁신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합의했다. /뉴시스

인선은 나중에…'최고위 의결' 관건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은 10일 오신환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첫 워크숍을 개최하고 당내 갈등상황을 봉합할 '혁신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합의했다. 다만 손학규 대표의 퇴진과 임기 보장에 대해선 어느 쪽도 전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워크숍은 '손학규 당 대표 퇴진'을 둘러싸고 계파 간 충돌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전 의원총회에서 극명한 대립각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이번 워크숍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 차분한 워크숍…이찬열-이혜훈 눈에 띄는 '어색함'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워크숍장엔 21명의 의원들과 최고위원으로 가득 찼다. 인사말로 나선 손학규 당 대표는 "국회가 벌써 70일째 열리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도무지 뭘 하겠다고 길거리만 돌아다니는지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회에 들어와 여야가 힘을 합쳐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안보적으로 위중한 사태에서 나라를 건지겠다고 하는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대표는 당 내부 상황과 관련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하고 우리 당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첫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바른미래당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 체제를 정비하는 그런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퇴진 압박으로 당내 갈등에 있었던 손학규 당 대표는 우리 바른미래당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 체제를 정비하는 그런 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당내 자강을 강조했다. /뉴시스
'퇴진 압박'으로 당내 갈등에 있었던 손학규 당 대표는 "우리 바른미래당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힘을 합치고, 체제를 정비하는 그런 정당이 되길 바란다"며 당내 자강을 강조했다. /뉴시스

이날 열린 워크숍은 당초 1박 2일로 기획되었으나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국회가 이 시간쯤이면 열렸어야 하는데 열리지 못해 일정에 혼란이 있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들이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으나 조금 전까지도 아직 거대 양당 두 당의 원내대표께서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에 6월 임시국회마저 국민의 뜻을 저버리게 되면 커다란 비판 여론에 국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며 "자유한국당은 목청 높이는 것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듯하다"며 "이 상황에서 우리에겐 역설적으로 기회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오 원내대표는 "6월 임시국회부터 내년 총선까지 우리 바른미래당의 갈 길은 오직 경제와 민생"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실효성 있는 복지에 초점을 맞추고 원내전략을 짜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후 이어진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의 경제 관련 강의에선 의원들의 '청강 스타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 위원장을 역임한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 초반 대부분 의원들은 김 전 장관을 향해 의자를 돌린 채 열띤 자세로 경청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 졸거나 자는 등 풀어진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휴대폰을 하는 등 개인 업무를 보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 등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강연을 경청했다.

10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워크숍에 참석한 이혜훈 의원과 이찬열 의원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두 사람은 이전에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격렬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문혜현 기자
10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워크숍에 참석한 이혜훈 의원과 이찬열 의원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두 사람은 이전에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격렬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문혜현 기자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들은 나란히 앉은 이혜훈 의원과 이찬열 의원이었다. 워크숍에 가장 늦게 온 두 사람은 남는 자리가 없어 U자로 있는 좌석 끝자락에앉았다. 다리 부상을 당한 이혜훈 의원이 휠체어를 타고 와 먼저 착석했고, 이찬열 의원이 그 옆에 앉았다.

이들은 지난 의원총회에서 하태경 의원의 징계 건을 두고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이찬열 의원이 당시 이혜훈 의원을 향해 '양아치'라고 발언했다는 등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며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 '혁신위 성격·역할'만 간신히…"인선은 나중에"

이날 의원들은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당 혁신을 주도할 혁신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했다.

오 원내대표는 결과 브리핑에서 "첫째, 혁신위는 당의 혁신과 21대 총선을 위한 혁신 방안을 모두 검토한다. 둘째, 최고위는 혁신위 결정사안을 존중해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셋째, 혁신위 인선 구성은 추후 논의해 신속히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속히 혁신위를 구성해 당이 계속적인 갈등에서 벗어나고 민생과 어려운 경제를 챙기는 대안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었던 '당 대표 퇴진 문제'에 관해선 "어떤 내용을 전제로 활동한다는 건 부저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하지 않고 또한 당 대표의 임기를 보장하는 형식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래서 모든 내용에 대해 어떤 사안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성역 없는 혁신위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손 대표가 임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의 선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언론에 나온 내용은 알고 있지만 손 대표가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전달하지 않았다"며 "(혁신위원장을) 누가 할 건지는 추후에 결정하는 걸로 이야기 나눴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장 인선은 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오 원내대표는 "현재 당헌당규상 혁신위원회는 특위"라며 "설치 자체를 최고위에서 의결해야 한다. 합의되지 않으면 설치 자체가 어렵다. 그렇지 않으면 꼼수 혁신위, 들러리 혁신위로 가서 또 갈등이 증폭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합의를 이뤄낼 지 생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은 '혁신위원장 인선'이라는 또 하나의 산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갈등 극복에 공감대를 이루고 혁신위의 성격과 역할에 합의했지만 이후 혁신위원장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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