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 국회 공전 속 의원들 성토
입력: 2019.06.10 17:06 / 수정: 2019.06.10 17:06
10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 42명이 자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한국 정치 이념 갈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시스
10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 42명이 자리를 가득 채운 가운데 한국 정치 이념 갈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시스

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 만나나 했더니…민주당 불참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한 쪽이 한 쪽을 전부 버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토론하면서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바른 길인가 논의해야 한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 쪽에서는 독재의 후예라고 이야기하고, 또 한 쪽에서는 빨갱이라고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자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로서 상처받고, 그 속에서 서로의 미묘한 감정들 때문에 국회가 이렇게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10일 오전 국회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보수와 진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선 여야 의원 42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정치 이념 지형에 대한 소신 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공전이 두달 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6·10 민주항쟁 기념식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때문에 세 원내대표가 만나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이날 토론회 자리엔 김종민·기동민·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이 참석했다. 한국당에선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비롯해 정양석 수석부대표 등 25명 의원이 참석했고, 바른미래당에선 유승민 전 대표를 비롯해 신용현·유의동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 등 8명이 자리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

10일 토론회를 주최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파트너인지 경쟁 대상인지 토론했으면 좋겠다며 여야 의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독려했다. /뉴시스
10일 토론회를 주최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파트너인지 경쟁 대상인지 토론했으면 좋겠다"며 여야 의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독려했다. /뉴시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개회사를 통해 입을 연 지상욱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자기 고백을 통해 보수와 진보는 서로 파트너인지 경쟁 대상인지, 혹은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는지 방목해야 하는지를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축사로 나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에 관한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않고, 역사적 굴절과 극단적 대립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으로 느끼는 건 문재인 정부가 보수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같이 하기 힘든 궤멸의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싶어 끊임없이 힘들어하고 있다. 시장 경제, 효율 등 우파의 가치를 수구적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토론한다면 좋은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헌법이 정한 민주와 공화의 가치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화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보수당과 진보당이 돌아가면서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활발한 토론장이 펼쳐졌다. 사회자 역할을 자처한 지 의원은 각 당의 의원들을 지목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왔다.

10일 토론회는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 일정으로 불참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 9명이 참석해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과 국회 상황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10일 토론회는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 일정으로 불참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 9명이 참석해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과 국회 상황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뉴시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있다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보수는 따뜻한 보수, 진보는 온건한 진보여야 한다. 정치에서 자기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고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다시 되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정치권에서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는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협치를 해야 한다. 한 번에 일대일로 만나거나 정책을 입법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역시도 협치의 중요한 제도화였다"며 " 또한 각 진영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과 정책을 내세울 때 협치할 수 있다. 제도화를 위해서 국회에 있는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너무 좁은 가치에 매몰돼 있다"며 "보수 정치인의 입장에서 늘 답답했던 것은 예컨대 정의, 공정, 평등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진보의 가치인 것처럼 말한다. 보수는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한 건가.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점을 '문제해결 능력'이라면서 "나라를 위해 누가 더 옳은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있는 정치를 어느 정당과 정치가, 진영이 해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 정치가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서로 잘하는 경쟁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종민 의원은 '적대적인 정치'를 문제삼기도 했다. 김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적대하는 대결, 승패하는 관계가 아니라 합의를 목적으로 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의원들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회는 내가 옳은 걸 관철하는 게 아니라 옳은 게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합의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의원들은 대체로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척결해야 하는 '적'이 아닌 '합의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지금의 적대시하는 관계에서 탈피해 합의한 룰에서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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