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 지역구에선] '나다르크' 나경원의 '동작을', "막말 안 했으면"
입력: 2019.06.10 05:00 / 수정: 2019.06.10 08:41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을을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 의원 지역 사무실이 위치한 사당동 남성역. /동작=이원석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을을 찾아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 의원 지역 사무실이 위치한 사당동 남성역. /동작=이원석 기자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노년층 vs 청년층, 확연하게 엇갈린 평가

[더팩트ㅣ동작=이원석 기자] "막말 좀 안 하면 좋겠는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최근 정치 뉴스 메인을 가장 많이 장식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인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동작을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에게 나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사당동에 거주한다는 이 주민은 취재진이 나 의원 이름을 꺼내며 질문을 던지자 잠시 웃었다. 기뻐서 웃는 웃음은 아닌 것 같았다. 씁쓸한 웃음에 가까웠다. 주민은 "말에서 품위가 나오는데, 인터넷을 안 보는지 답답해요. 화가 나서 직접 기사에 '정신 좀 차리라고' 댓글을 단 적도 있다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저 싫어서 하는 비판보다는 걱정어린 충고에 가까웠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 동작구를 직접 찾았다. 동작을 지역의 국회의원이자 최근 보수 진영의 투사, '나다르크'로 거듭난 나 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속내'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12월 삼수 끝에 원내대표가 된 나 의원은 보수 진영 내에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을 놓고 국회가 뜸했던 몸싸움까지 벌이며 '동물 국회'를 재연할 당시 나 의원은 투사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거친 단체 몸싸움이 끝난 뒤 무리 한가운데에서 발판을 밟고 올라 애국가를 부르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이에 대해 "나머지 보좌관들, 국회의원들을 완전히 엑스트라로 만들고 자기가 주역이 되려고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나 의원이 크게 주목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 의원은 과거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어렸을 때 별명이 '울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나 의원을 향해 보수진영에선 여전사, 나다르크란 별명으로 불린다. 나 의원 자신으로서도, 당내, 진영 내 존재감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동작구는 갑과 을로 나뉜다. 동작갑은 민주당의 김병기 의원의 지역구이다. 나 의원의 동작을은 상도1동, 흑석동, 사당1~6동 등 총 여섯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동작을은 지리적으로는 관악구, 그리고 강남4구 중 하나로 분류되는 서초구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동작을의 정치 성향은 어떨까. 현재 나 의원이 동작을에서 재선을 하고 있고, 강남 지역과도 맞닿아 있어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역대 동작을 국회의원을 살펴보면 16대 총선(2000년)에선 유용태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17대 총선(2004)에선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18대, 19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정몽준 의원이 당선됐다. 이후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정 의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보궐 선거에서 나 의원이 당선됐다. 이어 20대(2016년) 총선에서도 동작을을 사수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최근 네 번의 총선에서 보수 후보를 택했으니 보수 성향이 고정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총선이 아닌 역대 다른 선거도 함께 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동작을 주민들은 박원순 민주당 후보(당선)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2017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당선)가 더 많이 득표했다.

2016년 총선에선 새누리당 후보로 나온 나 의원이 당선됐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12월에 있었던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대통령이 됐지만, 동작을 주민들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주었다. 반면 같은 해 약 8개월 앞서 실시된 19대 총선에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이런 기록들을 통해 봤을 때 동작을 지역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소속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을 보고 표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취재진이 만난 한 사당동 주민은 "저흰 사람 보고 뽑아요"라고 이를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장외집회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가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자유한국당 장외집회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가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취재진은 이날 가장 먼저 사당동을 찾았다. 사당동은 나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어르신들부터 만나봤다. 복지관 옆 벤치에 앉아 어르신 세 분에게 나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사당3동에 거주한다는 김모(82·남) 어르신은 "나경원이 만한 정치인이 없지. 내가 이 동네에서만 40년을 살았어"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어르신은 "난 당적 같은 것도 없지만, 뭐든지 잘하는 나경원이가 참 마음에 들어. 똑 부러지잖아"라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어르신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근처에서 만난 72세 이모(사당동 거주·72·여) 어르신도 "좋은 분이죠. 잘하고 있어요. 내 주변엔 칭찬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은 "얼굴도 자주 봐요. 다른 정치인들은 말로만 하잖아요"라며 나 의원이 지역구 돌보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취재진이 이날 만난 70대 이상의 어르신들 대부분은 나 의원에 대해 비슷한 반응이었다. 나 의원은 지역 어르신들에겐 상당히 예쁨 받는 정치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연령대가 조금 낮아지자 조금 다른 반응이 나왔다.

상도동의 한 과일가게에서 만난 40대 김모 씨(상도동 거주·여)는 "어르신들은 나 의원을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싫어하죠"라고 말했다. "말을 막 하잖아요"라며 싫어하는 이유가 '막말' 때문이라고 콕 집었다. 사당동에 살고 있는 33세 김모 씨도 "전체적으로 (나 의원)이미지가 안 좋아요.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막말 같은 것들 때문이죠"라며 "정부 욕도 많이들 하지만 여전히 막말하는 한국당보단 더 낫다는 거죠. 정치는 잘 모르지만, 막말 그런 것들은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얼마 전 나 의원은 '달창'이라는 말을 사용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달창은 '달빛창녀단'의 줄임말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주로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용어인데 이를 나 의원이 한국당 집회 연설에서 사용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나 의원은 즉각 "의미를 몰랐다"고 해명한 뒤 사과하기도 했다.

사과하긴 했지만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항상 여권과 각을 세워야 하는 나 의원의 발언은 최근 전반적으로 수위가 높았다는 지적이다. 강한 발언은 지지층의 결집이 있게 하지만 결국, 막말로 이어지게 된다. '나다르크' 나 의원의 딜레마로 보인다.

서울 동작을 지역엔 총신대학교,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3개의 대학이 위치해 있어 20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서울 동작을 지역엔 총신대학교, 중앙대학교, 숭실대학교 등 3개의 대학이 위치해 있어 20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원석 기자

동작을에는 대학교(중앙대, 숭실대, 총신대)가 3개로 20대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취재진은 대학가를 찾아 동작을 관내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도 나 의원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숭실대에 다니며 상도1동에서 살고 있다는 20대 여성은 "(나 의원이) 싫어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많이 하던데 이성적인 사람들은 그런 것들 보면 당연히 뽑지 않겠죠"라며 "20대 제 또래는 다 똑같이 생각할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총신대에 다니는 25세 김모 씨(사당동 거주)는 "막말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지가 않은 모습들 때문에 부정적이죠"라며 "저는 보수를 지지함에도 그런 한국당을 지지하기는 어려워요"라고 견해를 밝혔다.

만일 내년 총선에서 나 의원이 동작을 한국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경쟁자는 누가 될까. 현재 민주당 강희용·바른미래당 장진영 위원장이 동작을의 지역위원장으로 있다. 강 위원장의 경우 나 의원의 '달창' 발언 이후 동작을 지역에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 참 잘도 하십니다(주어 없음)'이란 현수막을 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재진은 강 위원장을 만나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외부일정으로 인해 인터뷰가 어렵다고 했다.

강희용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지난 5월 동작을 지역에 건 현수막. 달창 막말 논란 나경원 의원을 겨냥한 내용으로 SNS 등에 공유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강희용 민주당 지역위원장 트위터
강희용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지난 5월 동작을 지역에 건 현수막. '달창' 막말 논란 나경원 의원을 겨냥한 내용으로 SNS 등에 공유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강희용 민주당 지역위원장 트위터

장 위원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미 나 의원과 한 번 맞붙어본 경험이 있다. 당시 장 위원장은 24.54%를 득표했으나 나 의원·허동준 민주당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 모두 다음 총선에선 전략적으로 후보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경우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현재 종로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교통 정리 후 동작을로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진영 내에선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나 의원이지만 이날 취재진이 만난 지역 주민들에게서 마냥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진 않았다. 견해는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막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앞서 말한대로 동작을 주민들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보단 정치인 개인에 대한 평가로 표를 줬다. 내년 4월 총선은 나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과연 동작을 주민들로부터 다시 한번 선택을 받게 될 수 있을까.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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