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정진기(政診器)] 번지수 잘못 짚은 이해찬과 장관들
입력: 2019.06.07 05:00 / 수정: 2020.01.31 18:2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18개 부처 장관들의 연쇄회동을 두고 야당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가 사회관계부처 장관들과 오찬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 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이재정 의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18개 부처 장관들의 연쇄회동을 두고 야당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 대표가 사회관계부처 장관들과 오찬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 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이재정 의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의혹 자초하는 민주당…국회 현안은 야당과 만나 풀어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부처 장관들의 '릴레이 오찬'을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선 '공무원 줄세우기', '총선용 (부처) 다잡기', '관권선거 획책'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회동에서 오간 대화에 대해 "(장관들이) 국회 정상화를 통한 조속한 추경 통과를 요청한 것이 대부분의 이야기였다"며 "각 부처에 시급한 추경 필요성을 장관들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이 대표는 국회의 한 축인 여당 대표다. 국회에서 가로막힌 추경 등 현안은 야당과 만나 풀어야 한다. 장관들과 만나 대화한다고 해서 국회 현안이 풀릴 리가 없다.

특히 추경, 민생·개혁법안 처리방안과 관련한 사안은 지난달 12일 열린 4차 고위당정청회의에서도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 또, 홍남기 경 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6월 초에는 추경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 오찬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함께 오찬회동을 갖고 있다. /뉴시스

총선을 10개월 앞둔 미묘한 시기에 여당 대표와 장관들의 연쇄회동 자체에도 물음표가 붙는데, 대화 내용은 의문이 더 깊어지게 한다. 그럼에도 이 대표와 장관들의 만남은 계속된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까지 18개 부처 장관들을 차례로 모두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장관들을 만나는 시기,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은밀한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보도로 알려진 이후에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의 대권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잇달아 만났고, 다음 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양 원장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을 만나는 명분은 '정책 협약'이다. 하지만 정책 협약은 각 지자체 연구원장과 만나 협의하면 될 사안인데, 굳이 지자체장까지 만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일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 대표와 양 원장을 중심으로 당정청, 그리고 민주당이 수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가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일수록 한국당의 관건선거 의심은 더 짙어진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작금의 민주당 행보를 보면 소장파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 당 내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주축으로 한 소장파가 있었다. 이들은 소위 '보수 꼴통' 당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했고, 당리당략에 반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소신 정치'는 실패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정계를 은퇴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무소속으로 활동 중이며, 정병국 의원은 바른미래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들을 포함해 20여명에 달하던 다른 소장파 인사들도 보수당 분화 과정에서 대부분 당을 떠났다.

이들의 정치적 실패가 반면교사가 된 것일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본인의 이름을 걸고 당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인사는 없다.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없으면 힘을 가진 여당은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어떠한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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