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막말 정치' 속 반가운 대통령의 한마디
입력: 2019.06.06 00:01 / 수정: 2019.06.06 00:01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우리 국민이 탄 유람선이 침몰하는 참변이 일어난 이후 문 대통령은 정부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 3일 청와대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을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우리 국민이 탄 유람선이 침몰하는 참변이 일어난 이후 문 대통령은 정부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 3일 청와대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을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헝가리 유람선 사고 메시지에 담긴 진정성 '눈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2017년 4월 6일. 3년 가까이 바닷속에 잠겼던 세월호 선체가 목포 신항에 접안됐다. 당시 현장에는 해무가 짙게 끼었다. 육중한 선체의 세월호는 자욱하게 낀 해무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수많은 생명이 차디찬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했을 것을 생각하니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관계자들과 함께 항만으로 들어가 세월호의 육상 거치 작업을 살폈다. 또, 일부는 먼발치에서 항만 철책 펜스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기도 했다. 몇 해의 야속한 시간이 흘렀건만, 아픔을 치유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일부 유족들은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신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아픔을 나눴다.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 읽혔지만, 시장을 훑고 지나가는 그런 행보와는 달라 보였다. 실종자 가족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는 태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두 손을 앞으로 모은다거나 미수습자 가족들의 발언을 자르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들어주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가식과 진정, 이 둘의 차이는 미묘하게 전달되지 않나. 물론 현장을 지켜본 필장의 지극히 주관적 느낌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또다시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우리 국민이 탄 유람선이 침몰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5일 현재 한국인 12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더구나 빠른 유속과 탁한 시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희생자 유족을 비롯해 실종자 가족들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신분으로 국민이 탑승한 선박 침몰 사고를 맞닥뜨렸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정부가 총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국민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꺼냈다.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국민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꺼냈다.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헝가리 유람선 사고 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발언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국민을 향한 당부의 메시지를 가장 먼저 꺼냈다.

"먼저, 헝가리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들과 가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스러운 시간에 마음이 아픕니다. (중략) 여러 가지 악조건으로 구조와 수색에 제약을 받고 있어 더욱 애가 탑니다. 가족분들께서 기운을 잃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슬픔에 빠진 국민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실종자들과 피해 가족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은 대형 사고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위로의 말과 함께 안타까운 심정을 전해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마음이 아프다' '애가 탄다' 등 직설 화법으로 속내를 밝힌 것은 그만큼 이번 헝가리 침몰 사고에 침통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참담한 심정일 피해자 가족들과, 우리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피해 가족 지원은 피해 가족들의 심경을 헤아려 내 가족을 돌보는 마음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피해 가족들이 구조와 수색 상황을 몰라서 애태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라는 발언에선 국민의 처지에서 '헝가리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엿보인다.

정부가 사고에 적절히 초기 대응했는지 평가는 아직 분분하다. 시각에 따라 정부가 신속히 사고 수습에 나섰는지, 부족했는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국민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행동은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가뜩이나 정치권에서 잇따른 '막말'로 미간이 절로 찌푸려지는 지금,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유독 반갑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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