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양정철-서훈 회동 '비화'..."당시 여성, 식당 관계자로 생각"(영상)
입력: 2019.06.01 00:00 / 수정: 2019.06.01 09:44
지난달 21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회동한 가운데 이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MBC 기자(빨간 원)가 식당 입구에서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헤어지기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이철영 기자
지난달 21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가량 회동한 가운데 이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MBC 기자(빨간 원)가 식당 입구에서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헤어지기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4시간 넘게 회동하는 모습을 <더팩트>가 단독으로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돌아왔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수장 양 원장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인 서 국정원장의 비공개 회동이 알려지며,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야권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이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대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양 원장과 민주당은 "사적인 만남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양 원장이 취재·보도 경위에 의문과 불쾌감을 표현하며, 이와 관련한 여러 뒷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靑 출입기자들 이구동성..."두 사람 회동 자체 부적절"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돌아온 '文의 남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정치권 복귀(지난달 14일) 일주일 만인 지난달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회동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독대한 지 5일 만에 이뤄진 회동으로 집권여당 '총선 기획자'와 정보기관 수장의 만남에 정치권 후폭풍이 거센 상황입니다.

-관련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던 양 원장은 보도 직후 다른 매체들에게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본인을 "공익보도 대상이 아니다", "취재·보도 경위에 여러 의문을 갖게 한다"고 반박해 뒷말이 무성한 상황입니다. 오해와 억측도 많았는데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됐다. 이후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만난 배경과 대화 내용 등을 둘러싼 뒷말이 쏟아지며,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됐다. 이후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만난 배경과 대화 내용 등을 둘러싼 뒷말이 쏟아지며,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철영 기자

◆양정철-서훈 '비밀 회동' 취재 논란 진실은?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만남을 다룬 보도 직후 취재와 관련한 다양한 말들이 많았는데요, 직접 취재한 취재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네, 우선 많은 분들이 어떻게 취재했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개된 일정 외에는 철저하게 비공개인 국정원장의 모습이 노출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세하게 이야기드릴 수는 없지만, 여당 내부에서 정보를 들었다는 일각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또, '뒤를 밟는 알바(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 것 같다'는 지라시까지 나오던데 전혀 아닙니다.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계속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왔습니다.

-취재원 등을 고려할 때 취재 과정과 배경 등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부분은 이해됩니다. 다만 기사에서는 '독대'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 명이 더 있었습니다. 왜, 독대로 보았나요?

-독대냐? 삼자회동이냐? 사실 취재 당시에 한 명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양 원장이 서 국정원장에게 인사할 때 남성 한 명이 있었습니다. 서 국정원장과 같이 차를 타고 이동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김현경 MBC 기자가 '회동 참석자'라고 밝히면서 저희가 혹시나 했던 사람은 동석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기자를 일행으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걸어 나올 때 한 여성이 같이 나왔습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대화를 나눌 때 이 여성은 멀찌감치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분은 '본인이 동석자다'고 하면서 서 국정원장 배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배웅을 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죠. 어쨌든 당시에 저희 취재진은 식당 관계자가 두 사람을 배웅 나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동석자였다면 그렇게 떨어져 있을 이유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보도 전 양 원장에게 직접 확인하려 했는데, 아예 응하지를 않아 답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두 사람의 만남으로 보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희가 두 사람만의 만남이었다고 한 부분은 실수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늦게 도착했다"는 김 기자의 해명을 봐도 두 사람의 독대시간이 어느정도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4시간 넘게 회동한 사실이 <더팩트> 보도로 알려지며,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1일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 장면. /이철영·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4시간 넘게 회동한 사실이 <더팩트> 보도로 알려지며, 정치권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1일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 장면. /이철영·허주열 기자

-그렇군요. 보도 후 양 원장은 '차량 블랙박스로 촬영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닙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모습은 취재용 카메라와 스마트폰 두 기기로 촬영했습니다. 저희 취재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도 않고, 철저히 무시하면서 다른 매체를 통해 취재 경위, 과정 등에 대해 불만을 표현해 아쉽습니다.

-연장선에서 보도가 나간 후 양 원장은 "본인은 공익보도 대상이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과 관련한 논란을 덮으려는 의도로 보기도 하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양 원장은 보도 후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 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의 삶까지 이토록 주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몇 가지만 말씀 드리면 먼저 양 원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최측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또, 정치권 복귀 일주일도 안 돼 국가 의전서열 2위 문희상 국회의장을 독대했고, 장외 거물로 평가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직접 만나 차기 대선출마를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공공연하게 밝힌 부분도 "내년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입니다. 이 분이 공인(公人)이 아니라면 누구를 공인으로 보아야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는 양 원장 발언에 대한 저희 취재진만의 반박이 아니라 정치권과 다수 언론에서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인식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열린 가운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열린 가운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일부에선 이번 보도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내용 유출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는 지나친 추측이라기보다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을 만나는 모습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해당 판단이 맞는지 국회 정보위와 복수의 전 국정원 직원 등을 통해 추가 취재해 보도한 것이 전부입니다. 지난달 21일 두 사람의 회동 사실을 확인한 후 이런 점들을 추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돼 보도가 조금 늦어졌을 뿐입니다. 특정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취재하거나 보도했다는 오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양정철-서훈 회동' 식당 '유명세', 취재 열기 '후끈'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만났던 한정식 식당이 유명세(有名稅)를 톡톡히 치렀다면서요?

-네, 알다시피 유명세의 '세'는 '세금세'로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요. 더팩트 단독 보도가 나간 뒤 식당으로 각 매체의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갑자기 식당이 취재의 포인트가 되면서 정상적 영업에 방해를 받게 된 것이지요.

-그렇군요. 죄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네요. 철저하게 모자이크를 하고 익명 처리를 했는데,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후 사장님은 만나 보셨나요?

-만나지 못했습니다. 추가 취재가 계속되면서 식당 측이 상당히 예민해진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식당에 미안한 마음이 커 저희 취재진 2명이 하루는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요, 음식들이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은 처음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양정철-서훈 회동, 사적 만남"…철저히 선 그었던 靑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았는데, 청와대 반응은 어땠나요?

-지난달 27일 두 사람의 회동 보도에 청와대 춘추관 기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는데요,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기자들이 만났을 때도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청와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딱 잘라서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사실 총선 분위기가 서서히 달궈지는 민감한 시기에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만남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국정원의 총선 동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말에 청와대 사람이 그 회동에 없었기에 말씀드릴 게 없고 청와대에서 답변하는 것이 왜 연관성이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같은 달 28일에도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했고요.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분류되는 양 원장의 만남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청와대는 사적인 만남이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기에 입장이 없다고 했습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13일 전임 원장 이임식 참석을 위해 민주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달 13일 전임 원장 이임식 참석을 위해 민주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기자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철저히 선을 그으면서 논란의 불씨가 청와대까지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 당일부터 현재까지도 야당이 국정원의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공세를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9대 대선후보 시절 '국정원의 탈정치화'를 공약했거든요. 취임한 뒤에도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부서를 전면 폐지하는 등 국정원 개혁을 추진해왔고요. 청와대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약속이 의심을 받는 것을 원치 않겠죠? 청와대가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회동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들었습니다. 어땠나요.

-친분이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두 사람의 회동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는 말을 인용하는 이들도 있었고요. 여담으로 최초 보도 이후 국정원장의 동선을 어떻게 알았느냐, 회동 때 나온 대화 내용은 전혀 모르는 것이냐, 추가 보도할 것은 없느냐고 일부 기자들이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저는 실제 취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고 답했는데도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더라고요. 취재(?)를 당하니 낯설기도 하고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한 주였습니다(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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