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 비공개 회동 논란과 관련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나경원(왼쪽) 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김세정 기자 |
한국당 "서훈 사퇴하라… 북풍설 의심"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수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원장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비공개 회동한 것과 관련 여야 공방이 뜨겁다. 29일 자유한국당은 '신(新)북풍설'까지 주장하며 총공세를 폈고 민주당은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기밀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물타기"라고 반발했다.
한국당은 이날 '관건선거 의혹 대책 회의'까지 열고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논란에 대해 "이들이 마치 지하 선거벙커와 같이 여론을 움직이고 선거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치퇴보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 국정원장은 가장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에서 심대하게 그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정보권력자와 민주당 최고 공천 실세이자 총선 전략가의 어두운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당연히 선거 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 살생부, 뒷조사, 사찰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나 원내대표는 또,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만남에 MBC 통일방송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현경 기자가 동석한 것과 관련 "(동석한 MBC 김현경) 기자는 대북 담당 기자라고 하는데 대북 정책 관련 핵심정보는 국정원장에게로 모인다"며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가 닥치면 북한 관련 이슈를 채워서 여론을 휩쓰는 북풍 정치가 내년 선거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닌지 의심도 든다"고 했다. 북한 관련 이슈로 선거판을 흔드는 이른바 '신북풍'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두 사람 만남이 문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양 원장은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만남이 과연 혼자서 한 것이겠냐"며 "대통령이 이 만남을 알고 있었는지, 국정원 총선 개입과 정치 개입을 이대로 묵과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강효상 의원 '기밀 유출 논란'에 대한 물타기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남윤호 기자 |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 강 의원 기밀 유출 논란을 언급하며 "물타기 하지 말라"는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은 서 국정원장과 양 원장의 사적 만남을 빌미로 강 의원의 기밀 유출 사건을 물타기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과연 기자가 있는 곳에서 선거와 관련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강 의원의 국기 문란과 한국당의 비호는 실망을 넘어 자괴감이 들게 한다. 국민 알 권리를 변명거리로 삼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 물타기로 책임을 어물쩍 넘기려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확대간부회의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배정한 기자 |
양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논란에 대해 "상식적으로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은 "(총선 기획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동석한 언론인이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면 기사를 쓰지 않았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양 원장은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수고하시라"고 답을 피하며 자리를 떠났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앞으로도 각각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의 부적절 회동, 강 의원의 기밀 유출 논란을 놓고 뜨거운 정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