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서훈-양정철 비공개 회동, 文은 어떻게 생각할까
입력: 2019.05.29 05:00 / 수정: 2019.05.29 05:00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된 가운데 청와대는 27일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강남=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로 확인된 가운데 청와대는 27일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강남=이철영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내년 총선 앞두고 '복심'과 '정보 수장'의 만찬 파문, 靑 언급 회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27일 오전 메신저가 여러 차례 울렸다. 누군가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 관련 <더팩트> 기사 링크를 첨부하며 궁금증을 물었다. 본지에서 직접 보도한 만큼 말을 삼가는 게 낫겠다 싶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세간의 관심이 쏠리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출근길에는 정치와 관련한 뉴스를 보는 습관이 있다. 보도 다음 날도 청와대 춘추관으로 향하면서 정치면을 훑었다. 두 원장의 만남과 관련한 인용 보도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봤다. 크게 두 원장에 대한 비판이나 옹호 반응으로 갈렸다. 취재기자를 비난하는 내용도 더러 있었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갖가지 의견이 나온 것이다. 시각의 다양성을 느꼈다.

두 원장의 만남 보도 이후 정치권도 시끄러웠다.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서 민생 경제를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 같은데, 되레 정쟁거리를 만들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국가 정보의 총책임자와 내년 총선 전략을 짜는 여당 싱크탱크 수장의 만남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분류되는 양 원장은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지만, 수많은 정보를 주무르는 국정원장과 여당 싱크탱크를 맡은 '공인'의 만남 자체는 여러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국정원의 탈정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은 과연 국가 정보의 총책임자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수장의 장시간 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청와대 제공
'국정원의 탈정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은 과연 국가 정보의 총책임자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수장의 장시간 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청와대 제공

같은 날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두 원장의 회동과 관련한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 관계자는 최초 서 원장과 양 원장의 회동과 관련한 질문에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치 개입이나 혹은 국정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나 이런 것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8일 '두 원장의 만남은 일각에서 나오는 국정원장의 정치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기존의 입장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서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만난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 것이냐'는 물음에 "사적인 만남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문재인 정부에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질문이라는 점에서 답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 원장의 '사적 만남'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정치권 안팎에서 독대든, 제3자가 있었든, 공적이든 사적이든,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오죽하면 여당 일각에서도 두 원장의 만남과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할까.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들이 정치 개입과 특수활동비 상납으로 줄줄이 처벌을 받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탈정치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과 취임 이후에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온 것도 이 때문이지 않나.

과연 문 대통령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하다. 더군다나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 원장의 만남에 대해 수십, 수백 번 다시 짚어보더라도 드는 생각은 한결같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이 내년 총선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시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자제했어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님, 저만 그렇게 드는 생각인가요?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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