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후] 양정철 "지인과 함께" 서훈 국정원장 만찬 해명…野 "의혹 충분"
입력: 2019.05.27 12:12 / 수정: 2019.05.27 15:54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더팩트> 보도에 대해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으로 특별히 민감한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식당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이철영·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더팩트> 보도에 대해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으로 특별히 민감한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식당 입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이철영·허주열 기자

한국당 "국가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 본격화"…이혜훈 정보위원장 "정보위 전체회의 추진 중"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을 <더팩트>가 27일 보도([단독] '文의 남자' 양정철, 서훈 국정원장과 한정식집 '밀담')한 가운데 양 원장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으로 특별히 민감한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날(26일) 양 원장은 서 국정원장과 회동한 배경을 질의하기 위한 기자의 전화 연락을 받지 않았고, 문자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27일) 오전 일부 기자들에게 배포한 '서훈 국정원장 만찬 관련' 입장문에서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었다"며 "서 원장에게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는데, 서 원장이 원래 잡혀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며 "제가 고위 공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익보도 대상도 아닌데, 미행과 잠복취재를 통해 일과 이후 삶까지 주시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취재 및 보도 경위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또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서 원장과의 만남이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각자 판단하시면 된다"고 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양 원장의 행보를 주시한 것은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으로 정치권에 복귀하기 전부터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복귀 직후 정당 싱크탱크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독대하는 등 직함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양 원장이 서 국정원장과 만찬 회동을 한 날은 민주연구원장 취임 후 첫 연구원 주최 토론회가 열린 날이다. 하지만 그는 민주연구원장으로서의 첫 공식행사에 불참했고, '공익보도 대상이 아닌 자신의 일과 이후 삶'이라고 주장한 이날 오후 5시 30분께 국회를 떠나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4시간 이상 서 국정원장과 회동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3일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3일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이니 민주연구원이 총선 승리에 필요한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기자

이와 관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양 원장과 서 국정원장 저녁식사 회동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있다. 법에 정해진 업무 이외의 외부 개입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만약 이것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 (회동) 내용은 알 수 없어서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양 원장은 '문재인의 남자'로까지 불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거전략 총책을 자처한 인물이고, 서 국정원장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탈락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으로서 철저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고 있는 인물"이라며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국정원의 선거중립은 물 건너갔고,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바닥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국민적 공분과 우려를 넘어 정보기관 존립 이유 자체를 뒤흔드는 국기문란의 시작이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양 원장은 언론보도를 황색 저널리즘이라 폄훼하고 있다. 내가 하면 기자정신, 남이 하면 황색 저널리즘이란 말인가, 제 발 저린 도둑의 발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인 양 원장과 대한민국 국가 정보를 총괄하는 서 국정원장의 네 시간 비밀회동은 장시간 독대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 개입의 의혹을 살 소지가 충분하다"며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위원장이 정보위를 즉각 개최해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위원장과 의논해서 정보위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보위를 개최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여야 간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여야 간사 합의를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고,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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