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 원장이 2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최근 불거진 '허위 여론조사'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선화 기자 |
"박태순 부원장 사퇴, 여론조사 관련 있지만…상처주기식 유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사실 이 논란이 커지기 전에 바른미래연구원 내에서 당무감사를 받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시끄럽게 싸우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비치면 조금 그렇다,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오신환 의원도 '뭘 당무감사까지 하나'라고 말했다. 제가 잘못 처리한 게 아닌가란 반성을 한다. 시끄럽든 말든 당무감사를 요청해 받았으면 낫지 않았을까."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4·3 재보궐 선거 당시 바른미래연구원의 허위 여론조사 의혹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은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 사건은 A여론조사기관과 바른미래연구원이 4·3 재보선 과정에서 진행한 세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A기관이 2, 3회 차를 진행하지 않고 44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이준석 최고위원이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이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와 A기관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연구원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홍 원장은 21일 <더팩트>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해당 사건은 저에게 보고가 늦어진 부분이 있다. 당초 여론조사를 세 번 하기로 했는데, 긴급하게 두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다. 부원장 말로는 현장에서 2차 여론조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게 나중에서야 저에게 보고됐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난 20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최고위원은 4·3 재보선 여론조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손학규 당 대표와의 연관성'을 문제 삼았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당무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뉴시스 |
홍 원장은 또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돈이 지급됐다'는 의혹에 대해 "연구원 측에선 2차 연구조사를 해야 하는 기간이 돼서 돈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조사를 안 해도 된다는 판단이 있다 보니 '하지 않은 조사에 돈을 지급한' 꼴이 됐다. 그래서 원래는 지급액을 반납 조치해야 하는데 '일주일 정도 후에 다시 여론조사를 해야 하니까 그 비용을 미리 준 걸로 하자'고 이야기가 된 거다. 복잡하게 하기 어려우니 그렇게 하자고 부원장과 합의해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홍 원장에 따르면 '허위 여론조사 사건'은 하지 않은 여론조사에 돈을 지급한 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다만 "이게 문제가 된다. 엄밀하게 따지면 (여론조사를) 안 했으면 돈을 반납하고 불과 일주일 후에 다시 한다고 해도 그 때에 절차에 따라서 줘야 하는 게 맞는 거였다. 그런데 그저 '미리 준 걸로 치자. 어차피 똑같은 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한 거다. 저는 그게 잘못된 거라고 보고, 단순한 잘못이 아니라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 사안으로 실무를 전담했던 박태순 부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 부원장의 퇴임이 오신환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 이뤄져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표수리를 아직 하진 않았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저녁에 (박 부원장이) 사퇴한다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제가 매주 수요일 상근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선출 후인) 15일에 (사표를) 제출했다.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져서 그런 것이다. 부원장 사퇴는 이번 여론조사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저는 당초 여론조사가 세 차례 진행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게 나중에 보고가 됐다. 그 부분은 명백하게 잘못이다. 그러한 행정 처리 실수는 성격이 다르지만 여러 가지 있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지만 결국 되풀이됐고, 이번 건이 그 중 하나가 됐다. 행정 처리 경험이 없으면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하곤 한다"면서도 "재산상 손실이 아닌 한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이슈인데 지금은 그게 아닌 거다. '쟤네 봐라. 잘 못하네. 상처줘야겠다' 참 그런느낌"이라고 정치적 논란이 된 데 유감을 표했다.
또한 '3차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처럼 이미 시행된 자료를 가져와 제출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홍 원장은 "그런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차는 앞서 말했듯이 하지 않았고, 3차 보고서가 1차 보고서에 비해 '양'이 풍부하지 않게 제출된 건 사실이다. 그 이유를 보면 설문 문항 수가 1차보다 적었고 변수와 변수 관계를 그리는 표를 막 집어넣으면 보고서 분량이 늘어나지 않나. 대부분 보고서가 부록의 양이 많아서 두껍다. 어떤 사람은 내용을 보지 않고 양만 보고 하는데, 사실은 문제를 제기하려면 문제를 보고 왜 적은지를 파악해서 해야하는 건데 아닌 경우"라고 설명했다.
홍경준 바른미래연구원장은 이번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진 A기관 대표와 관련해 "국민의당 쪽과 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손 대표와도 알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
홍 원장은 "해당 사건은 아무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도 있는데 싸우는 과정이다 보니까 논란이 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일로 최고위원들은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주장했고, 손 대표는 "우선 당무감사를 하자"고 단언한 상태다. 손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최고위원들과의 갈등 상황으로 봤을 때 당내 계파 갈등과 엮여 논란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홍 원장은 당무감사 절차와 관련해 "아직 후속조치가 없다"며 "그전에 사무처에서 사전 조사를 한 바 있다. 당헌당규에 사무처와 연구원은 독립된 법인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다만 일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 당 대표가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전후관계를 따져 본 것"이라며 "같이 모여서 무슨 일인지 계약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그게 사무처가 연구원에 들이닥쳐서 마치 부정과 비리를 적발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건 문제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후 사전조사 문건이 유출돼 언론에 공개된 과정에 대해선 "문제가 있건 없건 취득한 정보를 언론에 마구잡이로 공개하는 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안이) 계속 논란으로 가면 공식적으로 봐야 한다"며 "사실 이 논란이 커지기 전에 연구원 내에서 당무감사를 받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제 입장은 '시끄럽게 싸우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비춰지면 조금 그렇다. 그런 상황이 아니다'였다. 그런데 제가 처리를 잘못한 게 아닌가라는 반성을 했다. 시끄럽든 말든 당무감사를 요청해서 했었다면 나았을까"라고 후회했다.
이어 "아직 (당무감사 관련) 위원회가 개최되거나 당무감사 안건이 정해진 게 없다. 조만간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문제 삼은 것 중 하나는 'A기관 대표와 손 대표와의 관계'였다. 이와 관련해 홍 원장은 "저는 이번 사건으로 A기관 대표를 처음 봤다. 이분이 국민의당 쪽하고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지방선거 때도 그렇고 그전에도 여러 일을 많이 했던 듯하다. 그럼 손 대표와도 알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 원장은 언론을 통해 나오는 논란의 사실관계 여부를 두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자꾸 언론에 논란이 증폭되는데, 사실을 정확히 파악해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는 게 언론이 할 역할"이라며 "일부 언론에 대해선 정정보도 요청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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