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바른미래연구원에서 제기된 여론조사 관련 비위에 대한 특별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그는 해당 여론조사 기관 대표와 손학규 당 대표와의 특이한 관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뉴시스 |
이준석 "부원장 혼자 결정할 사안 아냐" 의혹 제기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내홍 중인 바른미래당이 이번에는 지난 4·3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관련 비리 의혹으로 충돌했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들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학규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해당 여론조사 기관 대표가 손 대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란 추측을 제기했다. 만약 이 최고위원의 의혹 제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당 내에 있었던 여론조사 관련해서 언론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비리정황이 보도된 바가 있다"며 "약 44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적절하지 않은 절차로 집행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정당보조금에 의한 자금이고 국민의 세금"이라고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여론조사 업체와 대표는 현행 지도부의 당 대표와 상당히 밀접한 과거, 현재 관계가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의혹을 명백하게 해명하지 않고는 당이 앞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손 대표는 "당무감사가 진행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퇴임한) 박태순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이 단독으로 부정하게 자금을 지급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 내용을 보면) 결과는 나오지 않았는데 돈을 지급한 것이다. 그걸 어떻게 부원장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지 개연성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손 대표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침통한 표정으로 이동하는 손 대표. /남윤호 기자 |
이 최고위원은 이후 진상조사특위 설치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관련 근거가 있는지 묻자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시 사무총장으로 있어 자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오 원내대표) 전언으로는 당시 해당 여론조사 기관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면 '손 대표가 승인하면 자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개연성인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여론조사 대표가 과거 손 대표와 일한 적이 있다. 손 대표가 돈을 가지고 지시한거라고는 보진 않는다. 다만 공교롭게도 왜 그 기관이 지금까지 손 대표와 관계가 있나"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손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 대표의 커넥션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최고위원은 "가장 당황스러운 것 중 하나는 그 여론조사 기관은 대선 조사에 항상 손 대표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순위는 항상 당내에서 유승민, 손학규, 안철수 순으로 나온다. 때문에 안철수계 쪽에선 '(여론조사로) 장난친다'며 굉장히 화를 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손 대표와 여론조사 기관 대표가 '특이한 관계'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그는 지난 4·3 재보궐 선거 유세 상황을 회상하며 "거기서 명백히 들었던 건 손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김 모 선생도 수고가 참 많았다'고 했다. 해당 여론조사 기관이 선거기획도 하고 있는데, 이재환 후보는 이번 선거의 90%를 당비로 지원받았다. 그렇다면 그 일감을 김 모 대표가 받은 건데, 왜 대표가 거기서 마지막에 김 모 선생도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는가. 저는 유세를 그렇게 많이 다녔는데 선거기획사 사장을 당 대표가 '수고했다'고 한 걸 처음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권은희·하태경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비위 의혹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안건을 포함해 21일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추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시스 |
손 대표는 당무감사를 통해 사실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 등은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을 비롯한 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은 해당 안건을 담은 최고위원회의 소집 요청서를 이날 오후 제출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 소집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신임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임재훈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21일 최고위원회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할 이유도 없고 안 하기로 했다"며 "수요일 정례회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비위 의혹을 둘러싼 당 내홍이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만일 손 대표가 해당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내 사퇴 요구 압박은 더욱 거세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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