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5·18' 환영받지 못한 황교안, 쫓기듯 후문으로 '탈출' (영상)
입력: 2019.05.18 16:06 / 수정: 2019.05.18 19:1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18 민주화 운동 3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광주 민주 묘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굳은 표정의 황 대표와 땀이 흥건한 민경욱(왼쪽) 대변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광주=남윤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18 민주화 운동 3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광주 민주 묘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굳은 표정의 황 대표와 땀이 흥건한 민경욱(왼쪽) 대변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광주=남윤호 기자

"다신 오지마!"… 황교안 "시민들 마음 열릴 때까지 오겠다"

[더팩트ㅣ광주=이원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8일 5·18 민주화 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시민단체 및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시민단체와 광주 시민들은 이날 5·18 민주화 운동 39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묘지를 찾은 황 대표를 향해 "어디라고 오냐"고 질타했다. 결국 황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쫓기듯 후문으로 민주 묘지를 떠나야만 했다.

기념식이 열릴 오전 10시 이전부터 여러 시민단체들은 한국당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지만, 과격한 모습은 없었다. 경찰이 통제하는 구역에서 시위는 얌전하게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급격히 변했다. 한선교 한국당 사무총장이 민주 묘지 정문에 모습을 드러내자 황 대표 도착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곧 황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를 태운 버스가 정문에 도착했고, 시위 인파가 버스 앞으로 몰려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버스 문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당직자들은 바깥 분위기를 살피기에 바빴다. 시민단체는 "물러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버스 근처와 황 대표가 지나갈 길 확보에 나서자 상황은 점점 격해졌다. 곧 문이 열리고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렸고, 현장은 삽시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시민단체와 광주 시민들이 황 대표와 경호원들을 둘러싸고 서로 밀고 밀리는 약 15분 이상 지속됐다. 시민들은 황 대표에게 물을 뿌리고 피켓을 던지기도 했다. 곳곳에서 황 대표를 향한 욕설, 비난과 함께 육체적 충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 소리도 들렸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가 지나갈 길에 그대로 눕기도 했다. 자칫하면 인파가 누운 시민들을 밟아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황 대표(가운데)는 지난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지만, 이날은 노래를 함께 불렀다.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이해찬 민주당·황교안 한국당·손한규 바른미래당 대표. /남윤호 기자
황 대표(가운데)는 지난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지만, 이날은 노래를 함께 불렀다.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이해찬 민주당·황교안 한국당·손한규 바른미래당 대표. /남윤호 기자

겨우 기념식장에 입장한 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또, 주먹 쥔 오른손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참석한 5·18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기념식이 끝난 뒤 황 대표는 또다시 인파에 둘러싸였다.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다신 오지 마라"고 소리쳤다. 당직자들과 경호원,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황 대표는 들어왔던 정문이 아닌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파가 황 대표를 쫓으면서 다시 한번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기념식 때 쓰인 플라스틱 의자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고, 사람이 넘어지기도 했다. 욕설과 고성, 비명이 난무했다.

시민단체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시민단체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쪽에선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황 대표를 규탄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며 황 대표의 광주 방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겨우 개인 승합차 차량에 올라탄 황 대표는 후문을 통해 민주 묘지를 빠져나갔다. 인파가 한동안 황 대표의 차량을 둘러싸고 쫓아가기도 했다. 황 대표가 떠난 뒤 시끄럽던 민주 묘지는 원래의 평온하던 분위기를 되찾았다. 경찰과 시민단체 등의 대치도 풀렸다.

부랴부랴 차에 오르는 황교안 대표. /남윤호 기자
부랴부랴 차에 오르는 황교안 대표. /남윤호 기자

황 대표는 민주 묘지를 떠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방문을 거부하시고 항의하신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헤아리고 이해하고 있다. 한국당 대표로서 당연히 안고 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분들의 목소리도 가슴에 깊이 새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환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라며 "광주의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진정성을 갖고 광주를 찾고, 광주시민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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