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5·18광주민중항쟁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단은 현재진행형이다
입력: 2019.05.18 00:01 / 수정: 2019.05.19 08:25
광주민주항쟁이 발생한 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 보고서도 없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사진은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광주지방법원 재판 참석 장면./더팩트 DB
광주민주항쟁이 발생한 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 보고서도 없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사진은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광주지방법원 재판 참석 장면./더팩트 DB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 평론가] 매년 5월이 오면 가슴이 먹먹한 채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떠올린다. 이미 39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항쟁 당시 스러져 간 영령들과 부상자 그리고 유가족에게 한없는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 함께 투쟁하지 못한 회한 못지않게 시민 학살과 군인들의 성폭력 만행 등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쟁이 발생한 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 보고서도 없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민단체 주도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도 정부 공식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개탄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 규명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자유한국당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이 정상적이고도 상식적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18년 9월 11일 특별법 발효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단지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광주민중항쟁을 매도하는 망언을 늘어놓은 이종명 의원은 2월 14일 제명 처분, 김순례 의원은 4월 19일 당원권 3개월 정지 결정을 하고도 후속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종명의 제명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이 동의해야 확정되는데 황교안, 나경원 지도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껴 갖은 핑계를 대며 의결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 2월 27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된 김순례의 최고위원직 유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무시하고 있다. 항쟁의 진상조사위원회 활동도 방해하고 망언 당사자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항쟁 추념식에 참석한다는 황교안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자연인이든 정치인이든 특정 사안이나 사건에 대한 견해를 기탄없이 피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검증이 끝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면서까지 견해를 밝히는 일은 의사표현의 자유와는 무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사안에 따라서는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 이종명은 광주민중항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이 폭동을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었다’고 했으며 김순례는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매도했다. 오죽하면 5.18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골자로 하는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여야 3당이 공동발의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최근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두 명의 증언이 학살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특정에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1980년 5월 미 육군 501부대 정보요원으로 광주 공군기지에서 근무한 김용장과 광주 주재 501 보안사 상사였던 허장환이 중요한 사실들을 증언했다. 사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학살 책임자 특정 및 처벌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동안 밝혀낸 사실도 많을 뿐 아니라 새롭게 드러났거나 밝혀낼 수 있는 사실로 진실을 알아내고 처벌을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극우보수세력이 아직도 광주민중항쟁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은 진상 규명 못지않게 학살 및 성폭력 만행 등의 책임자 처단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법적 단죄의 과정에서 진상이 드러나 전국민적으로 공유되었을 것이고 진실 왜곡이나 폄훼는 파장이 클 수 없다.

전두환 일당에 의해 자행된 반인륜적·반국가적 범죄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고 처단을 미루어서도 안 될 일이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시민을 성폭행하고 학살했는데도 만행의 당사자 및 책임자를 단죄하지 않고서는 나라의 정의를 바로세울 수 없다. 광주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당시 범죄 행위자를 단죄하는 일은 과거만 연연하는 일이 아니라 역사적 청산이며 미래로 나가는 토대가 된다.

프랑스는 과거사 청산의 모범적 사례이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치하의 자국민의 나치 협력 행위 청산 과정에서 12만 명 이상이 재판을 받아 약 3만 8000명이 수감되었으며 약 1500명이 정규 재판소에서 사형 선고 받은 뒤 처형되었으며 8000~9000명이 정식 재판 없이 처형되었다. 또한 약 2만 명의 여성 부역자가 삭발 당했으며 2만 1000명 이상의 공무원이 독일 강점기의 행위로 각종 징계를 받았으며 5,700명 이상의 공사 직원과 1만 5000명 이상의 군인도 공무원과 같은 행정 숙청을 경험했다.

프랑스와 남한의 과거사 청산 과정을 보면 프랑스는 자랑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한은 아직까지 내세울 것 없고 부끄러운 역사를 쓰고 있다. 프랑스는 엄정한 과거 청산으로 후손들에게 생생한 가치관 및 품성 교육을 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의 범죄자를 단죄하지 않는다면 항쟁의 희생자 및 우리 모두의 후손들에게 역사적 죄인일 수밖에 없다.

알베르 카뮈는 "숙청에 실패한 나라는 쇄신에도 실패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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