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기관별로 결과가 상이하고, 기관 내에서도 단기간에 급변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오락가락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불편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 /더팩트 DB |
전문가들 "긴 호흡서 판단의 보조도구로 삼아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조사기관별 결과가 제각각이고, 심지어 같은 기관 조사에서도 단기간 내 급변한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치권을 주도하는 거대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에선 이같은 오락가락 결과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리얼미터의 5월 3주차 주중집계(13~15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3.3%, 한국당은 30.2%로 지지율이 집계됐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5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양 당 지지율은 같은 기관의 지난 주(7~8일) 격차(1.6%p, 민주당 36.4%·한국당 34.8%)보다 무려 11.5%p 커졌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리얼미터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 표현 논란 확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장외 투쟁 지속 및 부처님오신날 봉축식 예법 논란 등으로 민주당은 지난 8일 일간집계 이후 조사기일 기준 닷새 연속 올랐고, 한국당은 닷새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의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가 일주일 새 급변해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리얼미터 누리집 갈무리 |
이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주일 만에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지는 않는다. 리얼미터 조사의 불안정성이 드러난 결과"라며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불안정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경마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중계하는 풍토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비슷한 기간 주간집계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엇갈렸다. 리얼미터의 5월 2주차 조사에서 민주당은 38.7%, 한국당은 34.3%를 기록해 양 당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4.4%p로 나타났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2020명, 조사기간 7~10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반면 한국갤럽의 5월 2주차 조사에선 민주당이 40%, 한국당이 25%를 기록해 격차가 15%p에 달했다(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2명, 조사기간 7~9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최근 발표된 두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극심한 대립으로 국회를 파행시킨 두 거대정당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이에 당사자인 두 정당도 각각 다른 이유로 불만을 표했다.
한국갤럽 5월 2주차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표. /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 |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리얼미터는 지난 13일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당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소 격차를 보였다고 발표했는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상한 여론조사'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며 "불리한 여론은 '이상한 것'이요, 유리한 여론만 '진짜 여론'이라는 심상인데, 결국 오늘 리얼미터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발표했다. 불과 3일 만에 이 대표가 지적한 '이상한 여론조사'가 '더 이상한 여론조사'로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로 좁혀졌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 2주년을 기념해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이 조사했는데, 한 곳만 이상한 결과를 보도했다. 대개 10~15%p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공보실 관계자들에게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민주당 전략기획국이 배포한 정당지지도 관련 5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리서치(한겨레) 2~3일 1000명 조사, 민주당 37.2%·한국당 18.0% ▲코리아리서치(MBC) 5~6일 1000명 조사, 민주당 36.9%·한국당 24.7% ▲한국리서치(KBS) 7~8일 1000명 조사, 민주당 34.7%·한국당 21.7% ▲칸타코리아(SBS) 7~8일 1007명 조사, 민주당 32.2%·한국당 16.8% ▲중앙일보 7~8일 1000명 조사, 45.0%·한국당 25.7% 등으로 격차가 12~19%에 달했다.
민주당 전략기획국이 지난 14일 공개한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 5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
이에 대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리얼미터가 요즘 난타를 당하고 있는데,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한국당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이, 한국당에 유리하면 민주당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이 리얼미터를 비난한다"며 "긴 호흡으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표본 등이 달라 무리가 있다"며 "추세를 봐야하고, 매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긴 흐름에서 (여론) 판단의 보조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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