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그들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입력: 2019.05.15 05:00 / 수정: 2019.05.15 05:00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쟁이 이어지면서 국회의 휴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12일 석가탄신일에 마주 앉은 이인영(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쟁이 이어지면서 국회의 휴업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12일 석가탄신일에 마주 앉은 이인영(오른쪽)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세정 기자

밀어붙이고 밖으로 나가 막말하는 정치인 왜 뽑아야 하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친구끼리 유치한 일로 다툴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넌 왜 그렇게 못 생겼냐?" "너야말로 진짜 못 생겼거든" 등과 같은 말다툼이랄까. 당사자들은 유치한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

친한 친구 사이에 이런 농담을 주고받는 경우는 다반사다. 흔히 이런 모습을 보다 못한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초딩이냐?" 나이에 맞지 않게 다툴 때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이 유치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오가는 말의 강도가 점점 세지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말리는 사람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보통 유치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지면 "다시는 안 본다" 등의 말로가 많다. 꼭 지금의 우리 정치권을 향해 국민이 하고 싶은 말도 "초딩이냐?"라는 말이 아닐까. 여야 모두 진중한 정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이 내놓는 말본새를 보고 있자면 답답함과 동시에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필자는 정치인의 어떤 말보다도 어느 정치인이 했던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이 말은 정치인이 매일 아침과 저녁 되새겨야 한다고 본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에 돌아오라고 말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패스트트랙을 이유로 장외로 나간 야당에 '당신들은 왜 정치를 하는가'라고 묻고 싶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하면 국민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한국당에 보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국회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10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당시. /남윤호 기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이 민생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하면 국민은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한국당에 보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국회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10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당시. /남윤호 기자

여야의 정쟁은 정치에서 당연하게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정치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정쟁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국민'을 위한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을 때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말은 지나친 비약일까. 여야 모두 치열하게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정치인은 '의사(醫師)'와 같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이유는 아픈 이유가 무엇이고,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병이 낫지는 않는다. 오히려 병을 키워 결국엔 큰 수술을 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고 의사는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찾아내 치료해준다.

정치인도 의사와 마찬가지여야 한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치가 풀어야할 부분이 상당하다. 이른바 '민생법안'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은 시름시름 앓을 수밖에 없다. 종국엔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때를 놓쳐 더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의료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는 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치에 국민은 이미 환멸을 느낀 지 오래다. 국민의 삶을 돌보지 않는 정치는 더는 존재 이유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 장외집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이새롬 기자
자유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차 장외집회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이새롬 기자

의사가 환자를 방치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한 경우엔 의료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가장 큰 처벌이라면 의사면허 취소이다. 국민도 민생을 방치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 처벌은 선거에서 표로써 더는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의술과 관련한 만화를 보았다. 만화에서 스승은 제자에게 "의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제자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의원은 사람이 제명에 죽도록 돕는 사람이다."

정치(政治)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정쟁은 정쟁대로 하되,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로써 돕는 일일 것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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