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락사무소 철수, 4.27 공동선언 불참 등 우리 정부에 불만 표시?[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지난 4일 북한이 쏘아 올린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미국 언론 CNN이 위성사진과 전문가를 인용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하면서 우리 외교·통일 당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미국이 아닌 우리 정부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남북관계의 출구전략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로부터 북한의 발사 당시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 2장을 단독 입수, 전문가를 인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지난 4일 오전 9시 6분부터 발사체를 발사하기 시작했다"며 "오전 10시를 전후해 또 다른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NN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를 위배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의 합의는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도 북한의 발사 직후인 지난 4일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일 국가정보원은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북한의 발사체는 도발이 아니"라며 "비핵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고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게 "국정원도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국방부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이에 대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만 평가한 뒤 추가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사체는 ICBM이 아니"라며 "여전히 협상 기회는 살아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이런 한미양국의 신중한 태도는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새로운 갈림길에 서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과 밀착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제재완화에 대해 견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가 CNN 보도처럼 탄도미사일이 맞다면,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는 깨지 않으면서도 우리정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정부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 북한은 대외매체 등을 통해 우리정부가 '미국 눈치만 보고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북측은 3월 21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인 직원 철수를 결정했다. 그런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유예 발표가 있자 마자,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평소대로 고대 근무차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측에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아울러, 공동사무소 소장회의는 10주째 열리지 않고 있고, 3.1절 100주년, 4.27 공동선언 1주년 행사에도 북한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4.27 판문점 공동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안들에 대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