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아빠·엄마가 미안해~"…'어린이날' 더 바쁜 국회의원
입력: 2019.05.05 00:01 / 수정: 2019.05.05 00:01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날에도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가족과 함께하는 지역행사에서 아이와 현장을 모두 챙기지 못하는 어려움을 실감한 이 의원은 이번 어린이날을 지역에 반납하기로 했다.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날에도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가족과 함께하는 지역행사에서 아이와 현장을 모두 챙기지 못하는 어려움을 실감한 이 의원은 이번 어린이날을 지역에 '반납'하기로 했다.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바빠서 보름만 소홀해도 낯설어해요"…'일·가정 양립'의 딜레마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뜻을 가볍게 보지마십시오."

최초의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 세대의 중요성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제정된 '어린이날', 아이를 키우며 의정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날을 어떻게 보낼까.

◆ 이재정 의원 "'가장 큰 선물'은 엄만데…마음 아파요"

6살 아들을 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날을 축하하는 '지역 행사'에 가느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됐다. 이 의원은 "딜레마인 것 같다. 어린이날, 이런 주말 같은 날은 지역행사가 있다. '어린이날' 행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전에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에 아이를 데려가 본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은 이제는 아이와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행사 현장에서 국회의원으로 해야 하는 역할과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이 섞여 아이한테도, 현장에도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그래서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지 못한다"며 "이번 어린이날은 아마 아빠가 함께할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저도 저희 의원실의 사장님 입장에서 최대한 일이 가정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만큼은 스스로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이것도 참 슬픈 건데,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물질 공세를 할 때가 많은 것 같다"며 "그런데도 아이는 선물에 별 감동이 없다. 오히려 엄마하고 종일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고 방방 뜨는 걸 보면 가장 큰 선물은 '엄마'인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주말에 지역행사가 있다면, 평일에 있는 휴일엔 아이와 함께할 수 있었을까. 이 의원은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도 쉴새 없이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그날은 대변인 당번 날이라 아침 일찍 브리핑을 하고 점심 무렵에 들어가서 아이 친구들과 키즈카페를 갔었다. 하지만 오후엔 또 일이 터져서 전화로 계속 언론을 응대했다. 한 방송에는 키즈카페에서 통화하는 제 목소리가 나가고 있더라. 그 속엔 우리 아이 목소리도 들린다. 저만 안다"며 웃었다. 이어 "역시 일을 가지고 나오면 안 되는 게, 아이가 '엄마는 가서 전화 받아'라며 시무룩해 하는 모습을 봐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여느 부모들과 비슷하게 의원들 사이에서 아이 옷가지나 물건을 물려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간단한 소통은 우리아이 물건을 물려주는 거다"라며 "저희 세발자전거는 김해영 의원님 막내, 포대기는 박주민 의원님네 아기에게 갔다"고 설명했다.

둘째 계획을 묻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이 의원은 "엄두가 안 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국회의원이어서가 아니라 직장맘이었던 전 상황만 봐도 쉽지 않다. 저는 전에 변호사여서 상대적으로 출퇴근을 조절하면서 일을 유연하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품고, 낳고, 쉬고, 복귀하고 돌보는 일까지 쉬운 게 없었다. 이게 돈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을 동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거다. 엄두가 안 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정책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하기가 민망스럽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47살 늦은 나이에 아이를 만난 김 의원은 표현에 주력한다. 아이와 함께하지 못할 때면 통화로 관심 갖고 있다는 말을 늘 전한다고. /김영호 의원 페이스북
47살 늦은 나이에 아이를 만난 김 의원은 '표현'에 주력한다. 아이와 함께하지 못할 때면 통화로 '관심 갖고 있다'는 말을 늘 전한다고. /김영호 의원 페이스북

◆ 김영호 의원 "조금만 소홀해도 낯설어하죠…표현 많이 하려구요"

'늦깎이 아빠'로 7살 난 귀여운 아들을 두고 있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어린이날 대비 이벤트 준비에 실패해 계획을 수정했다. 당초 가려던 장소는 이미 예약이 다 차버렸고, 어린이 시설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생각해낸 건 '자전거 타기'다. 김 의원이 두발자전거를 타고, 아이는 네발자전거로 한강 등 안전한 곳을 누빌 예정이다.

김 의원은 바쁜 일정 탓에 '어린이날 선물'도 준비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는 "타이밍을 놓쳤다. 당일날 아마 무언갈 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며 웃었다.

사실상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 아내에게 김 의원은 늘 미안하다. 그는 "아이가 갑작스럽게 아플 때, 아니면 아내가 급한 일이 생겨서 어디를 가야 하는데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 큰 어려움이 있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김 의원은 국회가 혼란스러웠던 '패스트트랙 정국' 땐 집에 잘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이가 아빠를 굉장히 잘 따르는 편인데 7살 정도되니까 보름 정도만 소홀해도 거리가 느껴진다. 낯설어하는 기색이 느껴진다"며 "아이가 학교에 가면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서 (미취학아동인) 지금 제일 잘 돌봐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아이 얼굴을 보지 못할 때 김 의원은 통화로라도 대화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는 "(아이에게) 자고 있을 때 뽀뽀해준 거 알고 있느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 한다"며 "저희 아버지가 정치를 하셔서 (어릴 적에)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다. 저는 그래서 좀 더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자상하게 대하는 게 좋다고 봐서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생긴 후 김 의원의 일상은 많이 변했다.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고, 저녁 시간 잠들기 전 양치질을 해주며 눈을 맞춘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워낙 예측불가능하다"며 "체계적으로 아이를 못 돌봐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일 가정 양립'. 정치권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감대가 형성된 의제 중 하나다. 국회는 2007년 처음으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법적으로 '일 가정 양립'을 보장하기 시작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조차도 일과 가정 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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